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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임 100일에도 단식…손학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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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령 단식…선거제도 개혁 위해, 출구 없이 단식

- 실패하면 다당제도 개헌도 사라진다…정치적 배수진

헤럴드경제

[단식 5일째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40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국회 로텐더홀 바닥에서 열었다. 만 71세인 그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한 몸바치겠다’며 출구전략 없는 단식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정치개혁을 이루고 민생경제를 일으켜서 국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거대양당제의 두 괴물을 물리치겠다는 것은 그 전제”라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우리 민주주의도 위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희생과 시민혁명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식으로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가 실현됐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지난 6일 주요 정치인으로는 최초로 70대 나이로 단식에 나섰다. 이날로 5일 차를 맞았다.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했을 때 나이가 64세였다. 손 대표가 최고령 단식자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출구 전략과 관련해서도 “없다”고 단언했다. 선거제 개혁이 성사될 때까지 단식하겠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입장에선 선거제도 개편이 당 존립을 위한 필수과제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당시 한 바른미래 지도부는 “현 선거제도 아래에서 다당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며 “결국, 총선 전까지 선거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양당제 회귀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권을 잡은 손 대표에게 다음 총선은 꼭 승리해야만 하는 선거다. 1등만 살아남는 현행 선거제도 아래서는 바른미래당의 선거 완주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정계 개편 때마다 흘러나오는 자유한국당, 또는 민주당과 통합설, 그리고 의원 이탈 가능성이 대표적인 예다.

손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정해 단순 재구성하면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당시 국민의당은 80석가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 결과는 38석뿐이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전략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민주당과 한국당 같은 거대 정당의 반대뿐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은 권력구조 개편, 개헌과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의원 수로 나타나면서 내각제 논란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논의 구조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내각제적 성격을 가진 나라들은 대부분 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했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권력구조 개편을 만드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손 대표나 바른미래당, 그리고 군소 야 3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강조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 야권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가 나오면 현재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은 물 건너간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손 대표는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독일에서 1년 정도를 지내고 왜 우리는 독일이 되지 못하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정치적인 안정은 합의제 민주주의에 기초한다. 독일은 내용상으로 중도통합의 길을 가고 있다. 연립정부다”고 했다.

다만, 그는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의 신화적인 신봉이 있고, ‘대통령을 내가 뽑아야 한다’는 것이 ‘87년 체제’의 가장 큰 주제였다”며 “당장은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7공화국의 앞에 있는 것이 의회제도와 선거제도의 개선이고, 의회 권능의 강화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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