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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企→대기업, 비정규직→정규직 이동 점점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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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이동성 갈수록 악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
"산업·업종별로 임금·작업방식 결정되도록 유연성 높여야"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면 웬만해선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없고, 중소기업에서 첫 발을 내디딘 청년은 대기업으로 이동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더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박광용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런 구조를 개선하려면 산업이나 업종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도록 하고 임금과 작업방식을 유연화하는 기능적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10일 황인도 한은 차장, 전병유 한신대 교수와 함께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임금 근로자가 1년 후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6%에서 2015~2016년 2.0%로 하락했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5.6%에서 4.9%로 크게 하락했다. 노동 이동성이 악화된 것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문이 좁아지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며 "이는 우리 노동시장의 분절성이 그만큼 강해졌고 이에 따라 양극화도 심화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면 웬만해선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없고, 중소기업에서 첫 발을 내디딘 청년은 대기업으로 이동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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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로 본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심각했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1980년대 1.1배에서 2014년 1.7배로 확대됐고, 이 기간 대기업의 임금 프리미엄(추정치)은 6.3%에서 46.1%로 상승했다. 대기업 임금 프리미엄이란, 성(性), 연령, 학력 등 인적자본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대기업 근로자가 얼마나 더 많은 임금을 받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연구팀은 해외 사례를 보면 장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합의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된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성공하고 성장활력을 회복했다며 우리도 노사정(勞使政)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특히 임시직, 시간제 근로자 비율이 높았지만 연대임금, 시간제 근로자 차별 금지 정책을 시행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 경제활력을 끌어올린 스웨덴과 네달란드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스웨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을 추진해 임금 불균형을 크게 축소했다. 연대임금정책이란 중앙단체교섭 중심의 노사협상을 통해 임금이 높은 기업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임금이 낮은 기업의 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을 조정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사회적 협약을 통해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을 정립했는데, 이는 시간제와 파견직을 광범위하게 허용해 유연성을 높이되 보수·복지 수준에서 차별을 금지해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질서가 정착되도록 제도 실효성을 높이고 기능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한편 저임금 노동자의 안정을 위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축소, 보편적인 소득지원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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