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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입다 벗은 속옷, 땀자국 누런 베개... 기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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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기부품 트럭 17대..70% 폐기

입던 속옷에 양말, 닳은 신발까지..

닦고 수리해봐도..너무한 경우들

기부 아니라 쓰레기 처리? 비양심

"친구나 가족에게 준다 생각하세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태경 (아름다운가게 되살림팀 간사)

겉감이 다 해진 재킷, 코팅이 벗겨지다 못해서 흠집이 난 프라이팬, 찢어진 운동화... 이런 걸 지인한테 쓰라고 주실 수가 있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런데요. 작년에 한 기부 단체에 들어온 기부 물품 가운데 70%가 이런 식의 도저히 쓸 수 없는 물건이었다고 합니다. 이게 기부일까요, 기부를 빙자한 쓰레기 투척일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나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겠습니다. 사회적 기업이죠. 아름다운가게 되살림 팀의 권태경 간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권 간사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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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경> 안녕하세요. 서울 되살림 팀 권태경입니다.

◇ 김현정> 되살림 팀. 이건 말 그대로 안 쓰는 물건을 기부받아서 되살려서 필요한 사람들한테 주는 그런 역할인가요?

◆ 권태경> 네, 그렇죠. 기증되는 지역 허브 물류 센터라고 하는데 되살림 팀이 있어요. 그쪽으로 기증이 들어오면 가전, 의류, 신발, 잡화 이렇게 해서 분류를 진행한 다음에 1차 분류를 한 다음에 이제 각각 그 분류된 걸 선별을 진행을 해요. 그렇게 해서 이제 매장이나 이쪽으로 출고가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일일이 다 사람이 확인하고 쓸 만한 건지 종류는 뭔지 상급인지 중급인지 하급인지 구분을 해서 아름다운 가게 매장으로 보내는 거네요?

◆ 권태경> 맞습니다.

◇ 김현정> 기부품이 하루에 얼마나 들어옵니까?

◆ 권태경> 대략 서울 기준으로 우리 1톤 트럭 있잖아요. 그걸로 한 17대에서 18대. 많게는 19대까지도 들어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일단 양으로 봤을 때는 합격이네요? 적지 않네요.

◆ 권태경> 그렇죠. 양은 엄청 물량이 많죠. 저희도 한 50명 정도 되는 활동가분들이 하루에 7시간씩 일해도 처리를 다 못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양은 합격인데 문제는 질이잖아요, 질. 도대체 어떤 식입니까?

◆ 권태경> 그러니까 기본적 폐기를 말씀드리면 한 70%. 적게는 65% 정도 됩니다.

◇ 김현정> 10개를 받으면 7개는 버려야 되는 상황?

◆ 권태경> 그렇죠.

◇ 김현정> 쉽게 말하면 쓰레기.

◆ 권태경> 쓰레기라고 하기는 좀 안타깝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죠.

◇ 김현정> 다 버리는 거, 안 쓰고 버려야 되는 거면 그게 쓰레기인 거죠, 뭐. 그렇죠?

◆ 권태경> 그렇죠. 폐기물이라고 저희는 부르고 있어요.

◇ 김현정> 아니, 대표적으로 어떤 물품들이 그렇게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접수가 됩니까?

◆ 권태경> 입었던 속옷이라든지 러닝 같은 게 있죠. 안에 입는 흰색 옷 같은 거.

◇ 김현정> 러닝셔츠를 기부, 기부 물품이라고 보내는 사람도 있어요?

◆ 권태경> 그렇죠. 많습니다.

◇ 김현정> 빨지도 않은 걸?

◆ 권태경> 네. 누렇게 돼서. 그런 것들. 겨드랑이에 땀 찬 것들. 그런 거뿐만 아니라 신었던 양말 이런 것들이 많고요. 그리고 신발 같은 경우도 뒤축이 많이 닳아 있어요. 그런 거는 이제 남이 신기도 힘들고 이런 것들도 있고요. 애들 옷들, 애들 베개. 이런 거는 솔직히 애들이 땀이 많이 나서 그것도 누렇게 많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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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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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베개에 머리 자국이 다 그대로 나거든요, 사실.

◆ 권태경> 그렇죠, 맞아요.

◇ 김현정> 그 땀자국 그대로 난 누런 베개를 보내요?

◆ 권태경> 네. 그래서 많이 속상할 때가 있죠. 가전 제품도 그렇고 믹서기라든지 그런 것들도 많고요.

◇ 김현정> 믹서기를 보내서 겉은 멀쩡한데 코드 연결해 보면 안 돌아가요?

◆ 권태경> 네, 안 돌아가요. 그리고 먼지가 꽉 차 있는 것들. 뭐 요즘에 에어프라이기 같은 것도 유행이던데 기름때라고 하죠. 이게 굳어가지고 씻겨지지도 않는 것들 그런 것도 기증을 하시고. 그래서 저희가 되게 열심히 씻어보고 어떻게든 수리를 해 보려고 하고 이렇게 하는데 정말 안 되는 것들은 어쩔 수 없이 폐기물로 가게 되죠.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 김현정> 간사님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이 안 좋았던 충격적이었던 기부품은 어떤 겁니까?

◆ 권태경>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저도 여성이다 보니까 여성 속옷을 보내셨을 때가 가장...

◇ 김현정> 입던 걸 그냥 빨지도 않고 그냥 보내요?

◆ 권태경> 네, 그렇습니다. 좀 창피할 때가 있어요. 제가 선별을 할 때도 좀... 같이 일하는 분들이 남자분들도 많으시거든요.

◇ 김현정> 그런 경우가 지금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아주 드문 게 아니라 종종 있나 보네요.

◆ 권태경>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사실 그 질문을 지금 드리려고 했어요. 도대체 이런 걸 기부품이라고 보내는 분들은 무슨 생각으로 보내는 걸까. 일부는 다 그런 거야 아니겠지만 쓰레기 버리려면 쓰레기 처리 비용 드니까 여기다가 보내자라는 사람도 분명 있는 거네요?

◆ 권태경>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가 폐기물을 많이 접하다 보니까 이건 이제 상식적으로 제가 생각했을 때 다른 분한테 드리기도 조금 애매한 물건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그러지 않으실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 아름다운 가게의 권태경 간사와 말씀을 나누고 있는데 간사님이 말씀하시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왜 그런고 생각해 보니 이러다가 그나마도 기부하시려다가 주저하는 분이 있을까 봐 그래서 그러시죠?

◆ 권태경> 네, 정말 많이 조심스럽고 이렇게 주목받는 게 좀 좋은 마음으로 해 주시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 김현정> 진짜 몰라서, 몰라서 고장난 거 보내는 분도 계실지 몰라요. '이거 수리해서 다 쓰겠지.' 이러고 좋은 마음으로 보내는 분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간사님, 나오신 김에 기부 물품을 보내실 때는 이런 점을 고려하시면 괜찮습니다. 이런 것까지는 가능하십니다라고 그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좀 알려주세요.

◆ 권태경> 기증품을 보내실 때는요. 내 친구에게 또는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그런 기증품, 나눔이라고 생각하고 줄 수 있는 거를 기증품으로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여러 가지 복잡한 거 말고 '옷은 해지지 말아야 됩니다. 신발은 어때야 됩니다.' 이거 다 떠나서 '내가 이걸 내 친구에게, 내 지인에게 줄 수 있는가.' 이걸 기준으로 삼으시라.

◆ 권태경>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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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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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내가 지인에게 줄 수 있는 건우리가 모르는, 얼굴 모르는 그 사람에게도 줄 수 있는 거일 테니까 그걸 기준으로 한번 생각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걸 보내도 돼, 말아야 돼 고민될 때는 말이죠.' 우리가 나쁜 얘기만 하고 끝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기부품 들어왔던 것 중에 정말 감동적이었던 거 어떤 거 있습니까?

◆ 권태경> 의류 같은 경우는 벌써 좋은 냄새가 나요. 섬유유연제 냄새라든지. 향기로운... 그러니까 그 정성이 딱 열자마자 향기부터 전달이 돼요. 포스트잇으로 메모 한 장이 쓰여 있었어요. '선생님, 좋은 곳에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말 아끼는 옷인데 살이 쪄서 입을 수가 없어요. 나눔합니다.' 이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정성입니다, 여러분. 정성으로 생각하면 보내야 될 물건, 아닐 물건 구분은 될 거고요. 또 내가 정성스럽게 보낸 것은 그만큼 귀하게 잘 쓰일 거라는 생각하면서 많이들 기부품 보내주시고요. 간사님도 고생 많이 하십니다. 좋은 일 많이 해 주세요.

◆ 권태경>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되살림 팀의 권태경 간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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