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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소년중앙] SF 속 진짜 과학 34화. '스타트렉'과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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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스타트렉'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호는 거대한 우주선이지만 5년간의 항해를 지속하기 위해 충분한 식량을 갖고 타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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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되어라 뚝딱"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우주, 최후의 개척지. 이것은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항해입니다. 5년간 이들의 임무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생명과 문명을 발견하고,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대담하게 나아가는 것이죠.

‘스타트렉’은 1966년에 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 나오고 있는 TV드라마·영화입니다. 광활한 우주를 여행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야기를 펼쳐내는 이 작품은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죠. 주인공들은 우주로 나아가 새로운 사건을 접합니다. 문제는 우주에선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물도 공기도, 물론 먹을 것도 말이죠. 엔터프라이즈호는 매우 거대한 우주선이고, 작은 농장도 있지만, 여기 사는 무수한 사람들이 먹는데 충분한 식량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보급을 받아야 하는데…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5년 동안 날아가는 사이에 물자를 공급받을 만한 곳이 있다는 보장이 없죠. 옛날 선원들은 물고기라도 잡아먹을 수 있었지만, 우주에 물고기가 사는 것도 아니죠. ‘스타트렉’에서는 우주를 날아다니는 생명체가 나오긴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충분한 식량을 갖고 있거나 우주선 안에서 만들어야만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5년간 먹을 식량을 싣는 건 힘드니 결국 만들어야겠네요. 이른바 재활용 기술이 필요합니다. 물은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여러 방법으로 땀이나 오줌으로 나오는 물을 95% 이상 재활용할 수 있는데요. 이 기술은 국제우주정거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장차 화성탐사 등에도 쓰일 것입니다. 문제는 식량이죠. 엔터프라이즈호 안의 농장만으로는 도저히 안 됩니다. 게다가 사람에겐 동물 단백질도 필요하니 목장도 만들어야죠.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여기에서 등장한 것이 ‘물질 재생성기’라고 불리는 리플리케이터입니다.

‘스타트렉’에는 사람을 순간 이동시켜주는 양자 전송기라는 장치가 있는데요. 그 원리는 사람을 복제하는 방식이죠. 인간은 수많은 물질로 되어 있는데, 이 물질을 모아서 사람처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인간을 만드는 물질이 부족하다면 에너지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죠. 핵분열 시 사라진 질량만큼 에너지로 바뀌듯이 에너지만 있다면 물질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리플리케이터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죠. ‘밥 나와라 뚝딱’ 하면 눈앞에서 밥이 만들어집니다. ‘돈 나와라 뚝딱’이라면 눈앞에서 돈이 나오죠. 심심할 때면 게임기가 나오게 해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모형이 나오게 해서 조립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도깨비방망이 같은 물건이라고 해야겠죠.

리플리케이터는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금이건 은이건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으니 귀금속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석유건 석탄이건 필요한 만큼, 당연히 자원을 빼앗기 위한 다툼도 없어지겠죠. 지금 이 순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을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죠. 안타깝게도 리플리케이터는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아닙니다. 아니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정말로 엄청나거든요.

하지만 물질을 만들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요. 기존에 있는 물건으로 모양만 바꾼다면 말이죠. 그리하여 3차원 프린터가 탄생했습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 같은 것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기계죠. 재료만 있다면, 정말로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장난감이건, 인형이건, 자동차건. 만들 수 있는 것은 무기물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고기 조각을 재료로 쓰면 싸구려 고기 조각에서 최고급 스테이크 고기가 만들어지고, 밀가루에서 먹음직스러운 빵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람의 세포를 이용하여 심장 같은 이식용 장기를 개발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세포를 증식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죠.

이 기술은 우주 개발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주는 정말로 제약이 많죠.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지구에서 가져가야 하는데, 달이나 화성까지 물자를 나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여기서 3차원 프린터가 활약합니다. 가령 달 기지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달에서 풍부한 물건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면, 훨씬 편하고 싸게 기지를 세울 수 있겠죠. 리플리케이터 만큼은 아니지만, 3차원 프린터를 통해 우리는 우주를 더욱 편하게 개척할 수 있습니다.

3차원 프린터는 우리의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기술이 정말로 ‘스타트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죠. ‘스타트렉’을 즐겁게 본 사람들이 리플리케이터를 실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태어난 겁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정말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진짜 리플리케이터가 나올지도 몰라요. 상상하면 실현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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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홍식 SF & 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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