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불황 맞아?" 명품판매 고공행진…20대가 ‘큰 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8일 강남 신세계백화점 2층 명품관은 주말 쇼핑을 나온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소비자였다. 명품관을 구경하던 이들의 손에는 발렌시아가,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로고가 찍힌 쇼핑백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샤넬 매장 앞 길게 늘어선 줄에도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젊은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 불황에도 백화점의 명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대가 명품관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백화점 업계는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젊은층이 고가 운동화, 시계, 패딩 등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지난 8일 강남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서 대기 중인 쇼핑객 10명 중 8명이 20~30대였다. / 이재은 기자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지갑을 샀다는 최모(29)씨는 "연말을 맞아 평소 갖고 싶었던 지갑을 샀다"라면서 "가방은 비싸서 선뜻 사기 부담스럽지만 지갑, 운동화, 선글라스 등은 마음 먹으면 살 수 있는 가격대라 평소에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유통산업의 중심이 매장(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도 올해 주요 백화점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해외 명품과 고가 가전 등이 성장을 견인했다.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늘었다. 롯데·현대백화점도 같은기간 명품 매출이 각각 17.8%, 14.2%씩 늘었다.

조선비즈

조선DB



소비가 위축되는 분위기에도 명품 판매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백화점에서 연 2000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VIP 고객의 구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백화점 매출의 약 20~40%를 차지하는 VIP 고객을 중심으로 명품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4분위(소득상위 20~40%)의 월 평균소득은 6.8% 증가한 569만1100원, 5분위(소득상위 20%)의 월 평균소득은 973만5700원으로 8% 증가했다.

반면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131만7600원으로 전년대비 7%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도 같은 기간 0.5% 줄어든 284만2800원으로 줄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고소득층의 소득은 많아지는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명품 매출을 끌어올린 또 다른 축은 20대 소비자다. 올해 11월까지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2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은 27~79%에 달했다. 30~40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10%대였고, 50~60%대는 한자릿수에 그쳤다.

마음에 드는 제품은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구매하는 20대의 소비 성향이 명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30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고가품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 ‘가치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중고가 제품보다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고가 명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명품 시장에서 20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판매되는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밀레니얼(1980년 이후 출생) 고객 유치를 위해 50만원대 운동화, 액세서리 등 20~30대를 겨냥한 제품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20대는 콜라보레이션(협업) 제품, 고가 운동화, 프리미엄 패딩을 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프리미엄 패딩 매출은 올 들어 50% 이상 성장했다.

조선비즈


구찌, 샤넬, 펜디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젊은층 공략에 나선 것도 명품 판매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탈리아 명품 펜디는 20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포츠웨어 휠라와 손잡고 한정판 의류와 소품을 출시했다. 발렌시아가와 구찌도 운동화를 즐겨신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양말 모양의 ‘삭스슈즈’, 투박한 모양의 ‘어글리슈즈’ 등 개성있는 운동화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계는 불황에 소비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명품을 비롯한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만 잘 팔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을 포함한 모든 제품군이 프리미엄(고가)과 저가 시장으로 나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