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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소년중앙] 말 못 하는 캐릭터에 생명 불어넣어 이야기 이끌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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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왼쪽) 학생모델과 이종혁 애니메이션 기획 PD가 투니버스 사옥에서 뿌까 캐릭터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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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기획하고, 제작한 결과물을 편성하기까지 과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채널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고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지까지 생각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큰그림을 그리고, 팀원 간 소통을 원활하게 돕는 일은 필수적이죠. 애니메이션의 경우 총괄 역할은 애니메이션 기획 PD가 맡는데요. 소년중앙이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 기획2팀 이종혁 팀장을 만나 직업 이야기와 함께 만화 전문 채널 투니버스에서 12월 첫 방영하는 ‘뿌까’ 시리즈 제작 배경까지 알아봤습니다. 평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던 배지영 학생모델이 이를 위해 서울 상암 드림타워 CJ ENM을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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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투니버스 채널에서 첫 방영을 앞둔 뿌까 3D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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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똥머리’를 동여맨 소녀 뿌까는 지난 2000년 탄생한 순수 국산 캐릭터예요. 짝사랑 대상 가루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요. 2001년 첫 캐릭터 상품이 국내 출시된 이후 2003년부터 ‘대한민국 캐릭터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죠. 2014년엔 11월엔 서울시 홍보 캐릭터로 지정돼 공중예절, 금연구역 표시 등 공익 캠페인에서도 나왔죠. 이 덕분일까요. 지난 2012년 TV시리즈 '안녕자두야' 시즌2 PD를 시작으로 2013년 '바나나나 둥둥', 2014년 '최강 탑플레이트', 2014년 '놓지마정신줄' 시즌1, 2016년 '테일즈런너: 동료가 되어 달리는 길', 2016년 '파파독'을 기획한 이종혁 PD의 손에 닿았죠. 뿌까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시즌 애니메이션은 지난 2008년 ‘짜장소녀 뿌까’(영문명 Lovely PUCCA) 시즌2 이후 10년 만입니다. “왜 하필 뿌까였나요?” 뿌까 인형을 품에 안고 쓰다듬던 배지영 학생모델이 물었죠. “뿌까는 국산 캐릭터 중 세계 인지도가 가장 높아요.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고요. 전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가장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누구일까’를 생각했죠. 그래야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과거 2D(2 Dimension animation?손으로 그리는 방식) 애니메이션이던 뿌까를 3D(3 Dimension animation?입체 애니메이션)로 살리는 작업도 의미 있고요.” 이 PD가 답했어요. 배 학생모델과 이 PD의 일문일답, 함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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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왼쪽) 학생모델과 이종혁 애니메이션 기획 PD가 투니버스 사옥에서 뿌까 캐릭터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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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애니메이션 기획 PD’라는 말이 생소해요.

A. 애니메이션 기획 PD는 ‘딱 한 가지 일을 합니다’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다양한 일을 하죠. 하루의 시작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 점검입니다. 진행 시나리오가 있으면 어디까지 완성됐는지 확인하고, 검수가 필요할 때는 기획 관점에서 제 의견을 정리해 전달해요. 작가들이 더 나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하는 거죠. 여기까지가 기획 단계의 일과 일부고요. 다음은 제작 관련 업무 처리예요. 캐릭터를 정하고 시나리오가 구성됐다면 디자인을 구성합니다. 3D로 제작하는 공정이 있는데요. 시나리오 단계에서 의도했던 부분이 3D 애니메이션화 작업으로 잘됐는지 확인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사람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배우를 만드는 셈’이죠. 그러니 캐릭터 하나하나의 동작?표정 등을 면밀하게 관찰합니다. 사람이 하는 것처럼 보일수록 좋죠. 애니메이션 결과물이 더 재미있게 나올 수 있게 제 의견을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준비동작이 더 커야 한다면 글로 상세하게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적습니다. 또, 사람도 얘기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할 때가 있잖아요.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먼저 생각하는 호흡이 필요하거든요. 대사하기 전에 생각하는 느낌을 주는 표정 같은 부분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제 의견을 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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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PD는 직업인으로서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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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요.

A. 시나리오를 완성하면 이야기 구성 짜임새가 생기죠. 그걸 바탕으로 콘티(continuity?대본)를 제작하고, 애니메이션이 어떤 식으로 장면을 전개할지에 대해 협업자들끼리 약속합니다. 각 콘티에 나온 컷마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확실하게 3D로 옮길 수 있게 3D 애니메이션 작업자들에게 전달하죠. 3D 제작 공정을 설명할게요. 뿌까 캐릭터를 3D로 기본 형태를 만들어 둡니다. 캐릭터가 움직일 준비가 끝나면 그걸 바탕으로 콘티 장면을 연기할 수 있게 각 장면을 나눠 애니메이터들을 배정하고 작업에 들어가요. 이 과정이 일차적으로 끝나면 보정 작업을 하죠. 3D 애니메이션 화면이 좀 더 나을 수 있게 밝기를 조절하는 거예요. 일반 촬영 관점에서는 조명을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쉽겠죠. 이게 끝나면 애니메이터들이 작업한 장면들을 한데 모아 편집해서 애니메이션 필름을 만들어요.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기획 PD가 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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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학생모델이 뿌까 인형을 품에 안고 이종혁 PD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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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정이 복잡한데 팀원은 몇 명이나 있나요.

A. 보통 프로젝트당 PD가 한 팀에 4~5명 배정됩니다. 이들은 그때그때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하죠. 시나리오를 관리할 때도 있고요. 제작 관련 소재를 궁리할 때도 있죠. 여기서 소재는 각 캐릭터의 설정, 배치 등이에요. 또, 애니메이션 연출 흐름을 감수하는 역할도 있고요. 다재다능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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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애니메이션 기획 PD(왼쪽)와 배지영 학생모델이 투니버스 사옥에서 뿌까 캐릭터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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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뤄야 하나요.

A. 애니메이션 기획 PD는 보통 워드 프로그램, 엑셀, 프리미어 프로를 다룹니다. 워드 프로그램은 간단한 문서 작성용이죠. 엑셀은 필요한 수치 등을 넣어둡니다. 프리미어 프로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에요. 애니메이터들이 보내온 영상에 자세한 제 의견을 적을 때 주로 씁니다. 글로만 쓰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생기거든요. 특히 영상 작업에선 더 그렇죠. 그럴 땐 글귀에 더해 프리미어 프로로 편집한 영상으로 제 의견을 전달하는 거예요. ‘이렇게 저렇게 고쳐달라’는 식으로 세세하게 표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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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PD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할 것을 주문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분명 도움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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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애니메이션 기획 PD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A.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저 역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죠. 기획할 때는 인문학책을 많이 읽은 경험이 도움 됐죠. 만화책도 좋아요. 어떤 형태든 책을 잡으세요. 저는 어릴 적에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꿈이 만화가였거든요. 기본적으로 만화를 그릴 수는 있죠. 이런 능력이 있으면 일할 때 표현 방식이 넓어져 좋습니다. 소통할 때 글보다는 그림이 효과적이거든요. 콘티 하나를 보더라도 그림으로 원하는 포즈를 그려 애니메이터에게 전달하면 제 머릿속에 있는 게 비슷하게 구현될 가능성이 커지죠. 뿌까도 마찬가지예요. 뿌까 등장인물들은 말을 못하는 캐릭터예요. 이 때문에 동작 표현이 중요하죠. 그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동작 묘사 전달이 더 편하겠죠.

Q. 어린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미술 과목을 좋아했어요. 노는 것도 좋아했고 공부도 잘했죠. 만화방에 자주 갔고요. 저만의 인생작은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죠. 전권(오리지널 기준 총 31권) 소장하고 있습니다. 사고뭉치에 모범적이진 않았지만 학업에는 충실한 학생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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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이종혁 PD는 뿌까 3D 애니메이션의 세계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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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상력을 기르는 방법은 뭘까요.

A. 책과 만화책을 많이 접하라는 이유와 관련 있어요. ‘시각적 순발력’이 늘어나거든요. 어떤 장면을 재미있게 구성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들자’ 하는 생각이 번뜩이게 됩니다. ‘어떤 장면으로 넘어갈까’ 고민이 들면 책에서 받았던 영감이 떠오르는 거죠. 상황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있어서 때에 따라 맞는 상황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인용을 해내는 거죠.

Q. 애니메이션 기획 PD로 일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애니메이션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에요. 서로 살 붙이고 오래 협업해야 합니다. 드라마?예능 프로그램보다도 훨씬 물리적?정신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요. 감정노동이 당연히 생기죠. PD는 사람들의 감정도 조율해 줘야 해요. 감독의 감정 상태, 애니메이터의 상황 등을 다 세세하게 확인하며 진행해야 결과물도 좋습니다. 일로서만 다루면 안 되고 관계적?감정적으로 세심하게 관찰?대응할 수 있어야 하죠.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 상태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각자의 역할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어우러질 수 있게 PD가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해요. 크게 봐도 그렇죠.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감독과 원작사 사이에서 두 그룹이 큰 문제 없이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게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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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PD는 팀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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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훈을 줘야겠다는 목적을 갖고 에피소드를 만드나요.

A. 메시지가 중요하죠. 이야기 구성의 기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더 비중을 두는 건 재미예요. 뭐 언제는 메시지, 언제는 재미라고 뚜렷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좋은 말이 나오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안 보겠죠. 애니메이션이니까요. 가끔은 재미를 위해 메시지를 포기할 때도 있어요.

Q. 소년중앙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A. 공부를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먼저 파악하는 학생이었으면 해요. 스스로 하고 싶은 꿈이 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두는 거예요. 특정 직업을 꿈꾼다면 깊이 알아보세요. 목표도 세우고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구현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활동이 중요합니다.

학생모델 취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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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왼쪽) 학생모델과 이종혁 애니메이션 기획 PD가 투니버스 사옥에서 뿌까 캐릭터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이들 오른쪽으로 다른 캐릭터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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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파주 해솔초 4) 학생모델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 '뿌까'를 3D로 만들 계획이라니 놀랐어요. 애니메이션 기획 PD라는 생소한 직종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신났죠. 아이돌 가수를 만난 기분이었달까요. 뿌까 굿즈를 들고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뿌듯했죠. 하고 싶은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추측하는 기회가 됐어요.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세세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어요. 다음에 또 뵙고 싶고요. 그때 사인해 주세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배지영(파주 해솔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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