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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지금, 보헤미안 랩소디③] "용기를 내"…싱어롱 상영관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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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작품의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메가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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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떼창' '감동' '전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록 밴드 퀸 천재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음악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장기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하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역사, 이유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위 윌 위 윌 록 유/위 윌 위 윌 록 유(We will we will rock you/We will we will rock you)"

요즘, 전설적인 록 그룹 퀸이 다시 데뷔한 것만 같다. 개봉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언론시사회 당시 다른 취재 일정으로 관람을 하지 못 했고 개봉 직후에도 여유 시간이 없었다. 입소문이 장난이 아니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다시 보겠다는 이들이 많았고, "아직도 안 보고 뭐 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 비교적 늦은 관람인 만큼 '보헤미안 랩소디'를 볼 거라면 제대로 보자고 다짐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sing-along, 작품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것) 상영관이 화제더라. 영화 측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로도 확인했지만,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니 관객들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기자로서가 아닌, 관객으로서 그 열기에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났다. 싱어롱 상영관을 예매하려고 했는데 예매가 오픈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진이 됐다. 아이돌, 내한 스타의 공연도 아닌데 영화관에서 '피켓팅('피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라니, 그 인기가 실감이 났다.

가까스로 티켓팅에 성공했다. 싱어롱 상영관을 십분 즐기기 위해 퀸의 노래 가사를 열심히 숙지했다. SNS에 게재된 싱어롱 상영관 후기 영상을 보면서 '나도 곧 저렇게 흥이 나겠지'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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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관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 송파구 모 영화관을 찾았다. /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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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들어서 관객석을 둘러봤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어 인상 깊었다. 영화는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천재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우여곡절 많은 뮤지션으로서의 성공사를 담백하게 그려냈다. 열정적인 생애에 덩달아 가슴이 벅찼고, 음악에 전율이 흘렀다. 특히 말미 약 20분간 그려진 '라이브 에이드' 장면은 실제와 흡사하게 재현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노래가 흘러나올 때 스크린에는 노래방 가사 자막처럼 자막이 나와 노래를 따라 부르기 용이하게 했다. 그런데 관객들은 싱어롱 상영관이었음에도 일반 상영관과 다를 바 없이 조용했다. 영화 시작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두어 관객이 노래를 조용히 흥얼거렸다. 조금 더 지나자 앞쪽 좌석에 앉은 두 명의 젊은 남성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흥겹게 따라 부르는 이들은 그들뿐이었다.

"쿵 쿵 짝, 쿵 쿵 짝, 쿵 쿵 짝, 쿵 쿵 짝"

밴드와 무대 아래 관객의 교감으로 유명한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가 나오자 내면 깊은 곳에서 흥이 몹시 꿈틀거렸다. 전 세계 음악 팬들을 한마음으로 만들 수 있는 참 대단한 곡이다. 따라 부를까 말까 고민을 수십 번 했으나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렇게 곡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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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록 밴드 퀸 멤버들이 '위 윌 록 유'를 만들어 가는 과정의 한 장면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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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싱어롱 상영관과 아쉬운 작별을 할 수는 없었다. 관객들의 흥을 위해 직접 나서야겠다 싶었다. 쑥스럽지만 노래에 맞춰 크게 박수를 쳤다. 같이 간 친구에게 같이 치라고 강요했다. 두 명이 크게 박수를 치니 조금씩 박수가 퍼져나갔다. 하지만 5명 정도가 잠시 따라 박수를 쳤을 뿐, 파도처럼 퍼져나가지는 못했다. 그래, '위 윌 록 유'가 다시 나오면 발을 구르고 손뼉을 쳐 '떼창'을 유도해보리라 마음 먹었다. 큰 용기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곡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싱어롱 상영관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던 탓일까. 관객들과 '떼창'을 하지 못한 것에 아쉬운 마음이 크게 밀려왔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많은 관객이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여운이 남아있는 탓이었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30대 여성 관객 이 모 씨는 "싱어롱 상영관으로 일부러 예매를 했는데 다함께 노래를 부르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 관람이라고 밝힌 20대 남성 관객 김 모 씨는 "모든 싱어롱 상영관이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 상영관마다 관람객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이번 관람은 조금 아쉬웠다"고 관람 소감을 표했다. 대부분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싱어롱 상영관 예비 관객들에게 '용기' 지참을 당부한다.

P.S. 영화 말미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앞쪽 좌석에 앉은 '흥이 많은' 젊은 남성 두 명을 향해 한 중년 남성 관객이 삿대질을 하고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출구로 나가면서 "영화 보는 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해!"하고 소리를 질렀다. 온 관객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됐다. 젊은 남성들은 "아저씨! 여기는 싱어롱 상영관이에요!"라고 외쳤다. 중년 남성은 심한 욕설까지 내뱉으며 몹시 화를 냈다. '싱어롱'을 빠르게 발음해보자. 비슷한 발음의 욕설로 잘못 들은 까닭으로 보였다.

[지금, 보헤미안 랩소디①] 어서와, 이런 흥행은 처음이지?

[지금, 보헤미안 랩소디②] '인기 동력' 2030세대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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