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최루탄 뒤덮인 파리, 장갑차도 출동… 명품상점엔 철판 방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프랑스 전역서 12만5000명 시위 "주민세 낮추고 부유세 부활해야"

지하철 운행 중단… 관광객도 없어

8일(현지 시각) 오후 파리 중심부 샹젤리제 거리.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코와 눈을 찔렀다. 방독면으로 중무장하고 방패를 든 경찰들이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 방향으로 '노란 조끼' 시위대를 밀어붙이며 압박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삼삼오오 뭉쳐 "마크롱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를 흔들던 막시밀리앙이라는 30대 젊은이는 "작년까지는 기름값으로 한 달 130유로(약 16만6000원)를 썼는데 올해는 180유로(약 23만원)를 쓰고 있다"며 "대통령은 부자들만 편하게 해준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류세(稅)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는 지난달 17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이 네 번째였다. 샹젤리제 거리의 상점들은 죄다 합판이나 철판으로 가린 상태였다. 지난 1일 폭력 시위 땐 유리창이 깨지고 상품이 약탈당한 가게가 많았다.

조선일보

유류세(稅) 인상 등에 반대하는‘노란 조끼’시위대가 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운집해 프랑스대혁명의 상징물인‘마리안’상(像)에 불을 지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후 네 번째인 이날 시위에는 파리에서 8000여명, 전국적으로 12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이 쏜 최루탄을 집어 다시 경찰을 향해 던지거나 미리 준비해온 노란색 페인트를 담은 주머니를 경찰을 향해 던졌다. 샹젤리제 거리의 나이키 매장 앞에서 만난 베르나르(63)는 "열심히 일해도 한 달 2000유로(약 255만원)를 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대통령은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젊은이들은 국가(國歌) '라 마르세예즈'를 불렀다. "주민세 낮춰라" "부유세부터 부활시켜라"라는 구호도 외쳤다.

경찰은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8만9000명이 시위 진압에 나섰다. 장갑차를 비롯해 경찰 차량을 빽빽하게 세워 지난 1일 난장판이 된 개선문으로는 시위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시위 진압을 위해 장갑차를 동원한 것은 2005년 이민자 폭동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파리는 이날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경찰이 주요 도로를 차단해 도심 도로들은 텅 비어 있었다. 지하철은 대부분 운행을 중단했고, 관광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등 관광 명소와 시내 중심부의 쇼핑몰,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경찰이 사전에 극렬 시위꾼들을 걸러내면서 시위 참가자 규모가 줄었고, 폭력 수위도 훨씬 낮아졌다. 이날 파리에서 8000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2만5000명이 '노란 조끼' 시위에 참여했다. 부상자는 130여명이었다. 시위 참가자는 29만명(1차)→16만6000명(2차)→13만6000명(3차)으로 줄어들고 있다.

튈르리 정원 바로 앞에 있는 웨스틴호텔의 한 직원은 "불상사가 우려되니 투숙객들한테 가급적 밖에 나가지 말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야간 시위대가 집결한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가로등을 부수는 시위대를 향해 행인들이 "그만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이 변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가는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토]점점 더 격해지는 노란조끼 시위대, '마크롱 메시지' 관건

[파리=손진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