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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 열풍…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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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스토리-두꺼운 고정팬… 방송가 올들어 10편 이상 선봬

긴박감-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 ‘나쁜 형사’ 등 수사물 흥행몰이

외화의 현지화 미숙은 필패 귀결… 작품성 호평 ‘최고의 이혼’ 대표적

동아일보

영국 BBC 드라마 ‘루서’를 리메이크한 MBC ‘나쁜 형사’는 신하균이 원작과 다른 형사 우태석을 연기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신 씨는 “루서가 무게감 있는 ‘곰’이라면 태석은 밤에 서글프게 울부짖는 ‘늑대’”라고 설명했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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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계에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해외 드라마를 각색해 제작한 작품만 올해 10편 이상이다. 검증된 스토리와 두꺼운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3일 처음 방영한 MBC 드라마 ‘나쁜 형사’는 영국 BBC의 2010년도 드라마 ‘루서’를 가져왔다. 범인을 잡기 위해 불법도 저지르는 형사 우태석(신하균)과 사이코패스 은선재(이설)가 아슬아슬한 공조를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 시청률은 이미 10%를 넘겼다.

올해 6월 방영돼 호평을 받은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도 동명의 BBC 드라마(2006년)를 다시 만든 수사물이었다. 각각 타임슬립(시간여행)과 불법 형사 등 원작의 핵심 소재를 차용해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스토리라인이 흥미를 높였다는 평이다. 매회 진행되는 각각의 사건들을 국내 정서에 맞게 변주하기도 용이하다. 방송계 관계자들이 “수사 드라마를 하면 70%는 성공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나쁜 형사’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는 “원작의 영국 감성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사건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루서’와 다르게 13년 전 미해결 살인 사건을 보여주며 우태석이 무자비한 형사가 된 이유를 보여줬다. 잔혹한 범죄의 리얼리티를 살리다 보니 지상파 드라마로는 드물게 1, 2회 ‘19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가 리메이크하기에도 용이하다”며 “최근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형사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시청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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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작 드라마를 끌어온 KBS ‘최고의 이혼’은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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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미숙은 필패(必敗)로 이어진다.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각색해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혼 후 부부가 동거한다는 극 중 설정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역시 남매가 서로 사랑한다는 근친상간의 소재를 어린 시절 비극적 사건을 함께 겪은 사이로 변주했지만 개연성을 잃었다. 1973년 영국을 1988년 한국으로 옮겨온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자로부터 “오리지널 버전의 핵심을 반영하면서도 지역적 매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춤을 추는 소녀들을 그린 KBS 드라마 ‘땐뽀걸즈’는 지난해 개봉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다. 인물 간 갈등 같은 극적효과를 위해 원작에 없던 남성 주인공이 추가됐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리메이크한 tvN ‘왕이 된 남자’도 내년 1월 방영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비해 드라마는 호흡이 훨씬 길기에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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