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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성전자, 주주는 10배 늘고 주가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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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뒤 소액주주 대폭 증가한 사이

삼성생명·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팔아치워

“대량매물 예고 안한 건 공시위반 소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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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무개(48)씨는 올해 퇴직금을 털어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가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5월 50대1 주식 액면분할을 하기 전 삼성전자 주식은 주당 가격이 250만원을 넘나드는 ‘그림의 떡’이었다. 권씨는 “주당 가격이 5만원이 되니 살 만하다고 생각해 샀는데 4만원으로 떨어져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권씨 같은 소액주주는 올해 5월 삼성전자가 실시한 주식 액면분할 뒤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30일 10만4829명이었던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1년 만에 66만7042명(2018년 9월30일 기준)으로 6배 증가했다. 6만9837명이던 2년 전(2016년 9월30일 기준)과 견줘 보면 소액주주가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액면분할은 기업가치의 변화없이 주식을 쪼개는 것이어서 주가가 상승할 이유는 없지만, 유통 주식이 늘어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커진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1월31일 주주가치제고 방안으로 주식을 액면분할하겠다고 밝히며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주로 대거 들어온 투자자들은 현재 손해를 보고 있다. 7일 삼성전자 주당 가격은 4만950원으로 장을 마무리 했다. 전날 6일엔 4만500원까지 떨어져 하마터면 4만원선이 무너질 뻔 했다. 앞서 삼성전자 주식은 액면분할을 마친 뒤 5만3000원으로 지난 5월4일 거래를 시작했다.

시장에선 반도체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주가가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2년 가량 급등했지만,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올해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이 힘을 잃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외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삼성전자 주가가 탄력을 잃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이사는 “액면분할 하면 오를 것이라고 했지만 혁신이 없으면 주가는 올라가지 않는다. 액면분할 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것도 주가 부진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공시위반을 한 소지가 크다”는 주장도 내놨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액면분할 결의를 발표하면서 올해 예정된 자사주 소각에 따라 지분율이 높아질 주주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0%룰’(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보유지분 10% 제한)을 지키기 위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야 하는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생명·화재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로 회복한 5월30일 270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한번도 5만원대로 반등하지 못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주환원 발표에 투자자는 기대를 하기 마련인데 대량매물이 예상되는 상황을 기업이 알고도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 총수일가는 액면분할 뒤 대주주 외 지분이 더 분산되는 효과를 얻었다. 삼성전자 주주는 기관투자자 등을 포함해 모두 합쳐 66만7149명에 이른다. 1년 전 10만4921명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뭉쳐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개인 투자자 비중이 증가하면 이런 ‘경영권 견제’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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