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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리의 땅 독도, 와보니 실감”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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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독도행 여객선 르포 / 출발 전날 사나운 파도에 긴장 / 승객 322명 탄 엘도라도호 순항 / 저마다 태극기 흔들며 “사랑해”

세계일보

“올해 마지막 독도행 여객선인 엘도라도호가 출항합니다. 파도의 높이는 1∼2m, 바람은 초속 4m의 북동풍으로 순탄한 항해가 예상됩니다.”

지난달 18일 오전 8시30분 경북 울릉군 저동항. 승객 322명을 태운 여객선 엘도라도호가 배상효 선장의 안내방송과 함께 독도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만선(414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비수기 울릉도·독도 관광치고는 제법 많은 인원이 탑승했다. 강한 북동풍과 높은 파도 때문에 겨울철 독도 방문은 쉽지 않다. 엘도라도호는 이날 운행을 마지막으로 약 4달간 정기검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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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효 선장이 독도를 항해 운행하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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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효 선장이 독도접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전날 풍랑주의보가 내려 배가 뜨지 못할 정도로 사나웠던 바다는 승객들의 독도 방문 염원을 알았던 것일까. 바다는 흔들림 없이 고요했다. 독도행 여객선을 20년째 운행해온 배 선장은 “매번 보는 독도지만 매 순간이 다르고 위험한 때도 많다”며 “울릉도에서 출발할 때 파도가 잠잠하더라도 정작 독도에서 너울성 파도가 거세면 뱃머리를 돌리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있다. 오늘 바다는 하늘이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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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독도경비대를 응원하는 티를 목에 걸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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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독도 관광객들이 선착장에 내리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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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독도 관광객들이 선착장에서 독도경비대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87.3㎞를 꼬박 2시간에 걸쳐 내달리자 수평선 위로 검은 점 2개가 보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서도와 상대적으로 움푹 낮은 동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배가 동도 선착장 앞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독도경비대원들은 건네받은 로프를 선착장 쇠말뚝에 단단히 묶었다. 30분의 짧은 정박 시간을 아끼기 위해 승객들은 하선용 계단이 설치되자마자 쏜살같이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태극기를 흔들며 “독도는 우리 땅” “독도야 사랑해”라고 외치는 단체 관광객부터 독도경비대원과 인증샷을 찍는 어린이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독도에 대한 애정을 뽐냈다.

이날 독도를 찾은 관광객 중 일부는 독도경비대원의 친구들도 있었다. 독도경비대 3지역대 소속 유창균 상경은 울릉도로 면회를 온 가족들과 함께 독도를 찾았다. 4개 지역대로 구성된 독도경비대는 각 지역대가 50일씩 독도에 머무르며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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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독도 관광객들이 선착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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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올해 마지막 독도행 여객선을 타고 독도에 입도한 여행객들이 독도이사부길 표지판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독도경비대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독도=이재문 기자


지난여름 독도 근무를 마치고 울릉도에서 머무르고 있는 유 상경은 독도에서 근무 중인 1지역대 전우들을 만나기 위해 가족들과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막사를 찾았다. 유 상경은 준비해온 커피와 간식을 전우들에게 건네준 뒤 30분의 짧은 면회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유 상경의 어머니인 김영애(54)씨는 “막사 앞 식당에서 독도 앞바다를 바라보는데, ‘아 우리 아들이 이 망망대해를 보면서 가족 생각을 많이 했겠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독도경비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이 다 내 아들 같아서 너무 애틋했다. 소중한 우리 아들들이 지키는 이곳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더 실감이 났다”고 첫 독도 방문 소감을 말했다.

가족들에게 독도의 구석구석을 설명하던 유 상경은 진짜 독도의 매력은 ‘밤’이라고 소개했다. “독도의 밤은 두 개의 달이 비춥니다. 하나는 하늘에, 다른 하나는 바다에 있어요. 특히 보름달이 뜨면 바닷물에 비친 달빛조차 너무 밝아 그 빛에 반사되는 서도의 절경이 더욱 빛나죠. 오직 독도경비대원만이 누릴 수 있는 황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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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경비대원이 근무를 서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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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에 위치한 숙소.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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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경비대장이 독도를 설명하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관광객과 가족들에게 독도를 안내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토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도 빼놓을 수 없다고 유 상경은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동쪽을 지키는 눈이 독도입니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해군과 해경의 선박보다 저희가 가장 먼저 레이더 관측을 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독도 근해로 접근하기 때문에 항상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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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독도 관광객들이 선착장에서 배에 탑승 하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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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경비대가 선착장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독도=이재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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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를 갔던 독도경비대원 가족들이 선착장으로 돌아오자 엘도라도호가 ‘빵∼’하고 뱃고동 소리를 울렸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관광객들은 독도경비대원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승객들이 모두 배에 탑승하자 박연호 독도경비대장을 비롯한 독도경비대원 9명이 도열해 배를 향해 “충성”구호를 붙이며 거수경례를 했다. 배가 선착장에서 멀어지자 독도경비대원들이 두 손을 흔들며 승객들을 배웅했다. “내년에 다시 만나요.” 독도경비대원들의 작별 인사를 뒤로하고 2018년 독도행 마지막 여객선은 독도를 반 바퀴 돌아 나갔다. 한편 세계일보는 11일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2018 국제독도포럼’을 개최한다.

독도=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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