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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北철도, 시속 45㎞… 황영조보다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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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내리막길 질주 속도와 비슷/전력난에 중단 잦고 출발·도착 못 지켜/장거리 이동시 화장실 용기 들고 다녀야

북한의 철도 총연장은 2013년 기준 약 5300㎞로 이중 80%가 전철화 구간이다. 하지만 전력난이 심각해 정상운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선의 97%가 단선이고 대부분 철도 관련 시설은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세계일보

황해북도 금천역과 한포역 사이에 있는 용진강 교량을 점검 중인 남북 공동조사단. 남북 공동조사단에 참여한 우리측 인사들은 지난 5일 개성∼신의주 경의선 400㎞ 구간 조사를 완료하고 귀환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철도 현대화다. 평양∼신의주 약 225㎞ 구간의 평균 운항 속도는 시속 45㎞ 수준으로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전력 질주할 때와 비슷한 속도다. 철도 노선 가운데 열차 시각표에 따라 정확하게 운행되는 열차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출발·도착의 정시성이 없다. 장기간 지속된 전력난과 기관차 및 열차 부족, 노후화에 따른 결과다. 그나마 국제철도 노선 정도만 열차 운행시간을 지킬 수 있는 정도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서 ‘교과서에 안 나오는 북한의 교통 이야기’라는 책에서 “북한에 방문했을 때 경험한 지방의 철도역은 언제 올지 모르는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의 지친 승객들, 시속 15㎞ 수준의 거북이 열차, 피폐한 경제 현실을 말해주는 폐허 수준의 낡은 철도 시설물이 삼박자를 이루고 있었다”고 기술했다. 시속 15㎞는 42.195㎞를 2시간 13분 만에 주파한 마라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보다 느린 속도라는 것.

에너지난으로 열차 운행 중단이 흔한 일이고, 열차 냉·난방 시절도 시원치 않다고 한다. 특히 장거리 이동 시 각자 화장실 용기를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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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북도 계정역과 금천역 사이에 있는 갈현터널 부근을 점검 중인 남북 공동조사단. 통일부 제공


북한이 공식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지만 1970년대부터 대형 열차 사고도 자주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김정일 국방위원장 테러설이 제기됐던 2004년 평의선(평양∼신의주)의 용천역 대규모 폭발 사고, 2006년 4월 함경남도 부래산역 인근에서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 정면충돌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부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차량 및 신호와 통신 노후화, 안전 무시한 과적 등에 따른 사고가 잦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철도는 운송수단으로서의 절대적 의미를 지닌다. 북한 철도법 1조에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며 인민경제의 선행관”이라고 명시할 정도다. 북한의 교통인프라 체계는 철도를 중심으로 도로 및 해운이 보조 수단으로 이용된다. 험준한 산악 지형이 많은 지리적 여건 탓이다. 철도가 여객수송의 60%, 화물수송의 90%를 담당하는 도로교통의 중심이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철도 운영을 인체의 혈액 순환에 비유하며 “철도가 잘 운영되어야만 공업과 농업 생산이 보장되고 경제건설이 빨리 추진될 수 있으며 또한 인민생활도 보장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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