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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낳아라” 설득 대신 더 나은 육아환경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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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에서 삶의 질로…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목표 전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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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온 3차 기본계획에서

합계출산율 1.5명 목표치 삭제

출생신고 혼중·혼외 구분 폐지

의료비 지원·아동수당 확대

난임 지원 본인부담률 낮추고

휴직 급여 늘려 남성 참여 독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출산율 높이기’에서 ‘삶의 질 제고’로 바꿨다. 저출산 대책 중장기 계획에서 출산율 목표치를 삭제하는 대신 아동 의료비 전액 지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남성 육아휴직자 20% 끌어올리기 등을 통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끔 제도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들을 담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2015년 말 나온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현 정부의 저출산에 대한 관점을 담아서 수정한 것이다. 로드맵에는 3차 기본계획 종료시점인 2020년까지 추진되는 정책들과 앞으로 나올 4차 기본계획 종료시점인 2025년까지 이어질 중장기 과제들이 담겼다.

■ 미취학 아동 ‘무상의료’ 추진

로드맵에는 육아비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들이 추가됐다. 김상희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가 사실상 ‘0원’이 되도록 건강보험 보장성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먼저 1세 미만의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고, 나머지 의료비는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2025년까지는 취학 전 모든 아동의 의료비가 0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조산아와 미숙아, 중증질환에 걸린 아동의 의료비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 상위 10% 고소득층 자녀를 제외한 90%에 지급되는 것을 내년에는 100%로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 국회에서는 예산안 합의를 통해 내년부터 만 5세 이하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내년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내용을 토대로 적정 지원 범위와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 지원도 강화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시술비 본인부담률(현행 30%)을 더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도 만 45세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 40% 목표 달성 시점을 당초보다 1년 빠른 2021년으로 잡는 등 보육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 ‘아이 낳아라’ 대신 성평등·삶의 질

3차 기본계획에서 ‘저출산 극복의 골든타임’인 2020년까지 합계출산율 1.5명을 달성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이번 로드맵에서 빠졌다. 저출산위는 “출산율 1.5명 목표는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 주도 출산장려 정책이고, 출생아 수가 급감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 3분기 0.9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정부는 올 한 해 32만2000명인 예상 출생아 수가 앞으로 30만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했다.

경직된 가족 관련 법제도도 정비될 계획이다. 출생신고 시 혼중·혼외자 구별을 폐지하고, 자녀 성 결정은 부성 우선 원칙에서 부모 협의 원칙으로 전환하고 협의 시점을 혼인신고 때에서 출생신고 때로 확대하는 민법 개정안을 내년에 발의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다양한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돼야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고 가족을 형성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각종 육아정책 업그레이드

육아 기회 보장으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우선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이 현행 유급 3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 육아휴직 기간 건강보험료 부담을 직장가입자 최저 수준인 9000원으로 줄여주는 방안은 곧 시행된다.

또 소득 감소 때문에 육아휴직을 못하는 상황을 감안해 육아휴직 초기 3개월 급여를 실제 급여 수준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하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 13%에서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김 부위원장은 “남성 육아휴직은 회사 내 불이익 문제도 있지만 소득보전이 안되기 때문에 잘 사용되지 않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사회 대책으로는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강화하고, 은퇴를 앞둔 신중년(5060세대)이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 내용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소득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25만원인 기초연금을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하고, 퇴직연금 중도인출·해지 사유를 엄격하게 규정해 가능한 한 퇴직연금을 수령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신중년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고용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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