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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죄인”…위탁모 학대로 숨진 15개월 아기 아버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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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위탁모’ 학대사망 아동 아버지 인터뷰

“수사 끝나면 풀릴 줄 알았는데

마음은 더욱 미칠 것 같아

딸은 화장해 바다에 뿌려

‘멀리 편하게 가라’ 떠나보내

우울증 있는데 어떻게 애볼 생각을…

아동학대 재발 않게 처벌 강화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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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데려왔어야 했어요. 데려와서 직접 키웠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제 탓이에요. 제 잘못이에요.”

지난달 10일 ‘무허가 위탁모’ 김아무개(38)씨로부터 학대를 받다 숨진 15개월 아기의 아버지 문아무개(22)씨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흐느꼈다. 문씨는 “산부인과에서도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예쁘다고 칭찬을 했던 아이”라며 “그런데 그 예쁜 아이 자체가 싫어서 그랬다니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김씨의) 혐의가 제대로 밝혀지면 그래도 마음이 좀 풀릴 줄 알았는데 더 미칠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다.

문씨는 지난 5일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딸이 구체적으로 어떤 학대를 당했는지 알게 됐다. 서울남부지검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문양이 설사를 하자 하루에 우유 200㎖ 한잔만 주는 등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주먹과 발로 폭행당한 문양이 경련 증세를 보였음에도 32시간 동안 방치했다. 문양은 이 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지난달 10일 숨졌다. 문씨는 “김씨가 우울증이 있다는데 어떻게 애들 돌볼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딸은 얼마 전 화장해 ‘멀리멀리, 편하게 가라’고 바다에 뿌려주었다. 전부터 아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는데 어제 수사 결과를 듣고는 거의…”라며 말끝을 흐렸다.

문씨는 딸이 주중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일주일 만에 학대 피해를 입은 사실도 알게 됐다. 지난 7월 서울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생들을 이불로 뒤집어씌워 1명이 질식사하고 7명이 학대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문양도 당시 피해자였다. 문씨는 “김씨에게 딸을 맡기고 일주일 만에 이 사건이 터졌다. 원장이 이불 세겹으로 딸을 덮은 뒤 위에서 눌렀다고 하더라”며 “학대 사건 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김씨가 ‘이번에는 정말 좋은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한 말을 믿고 딸을 다시 김씨에게 보냈다. 그때 딸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6일 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말 못 하고 저항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폭력을 가해 아이가 죽었는데 어떻게 살인이 아니라 학대치사냐. 다시는 이런 피해들이 생기지 않게 법을 강화해달라”고 썼다. 문씨의 청원은 7일 오후 3시50분 기준으로 2006명의 동의를 받았다.

문양의 사고는 민간 위탁모에 대한 관리를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3년 근무태만·아동학대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민간 베이비시터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아이돌보미와 같은 수준으로 자격요건을 강화하라’고 권고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최근 여성가족부에 이행 여부를 확인했으나 여가부는 ‘민간 위탁모를 아이돌봄지원법에 넣게 되면 이중규제가 될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 가운데 ‘민간 베이비시터 교육’ 외에는 따로 조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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