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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법 이주도 보호 '유엔 합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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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 미국·호주·체코 등은 불참키로

野 "불법 이주민 통제력 약화", 정부 "법적 구속력 없는 지침"

우리 정부가 오는 10~11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유엔 '이주(移住) 글로벌 콤팩트(합의) 채택을 위한 정부 간 회의'에서 국제 이주민의 권리 등을 담은 합의 채택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35만 불법 체류자와 난민 문제로 논란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 안전과 일자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공론화 없이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유엔 회원국들이 채택할 '안전하고 질서 있는, 정상적인 이주 글로벌 합의(GCM)'는 이주민 안전 등을 보장하는 국제사회의 원칙을 담고 있다. 체류 자격과 관계없는 인권 보호, 차별 없는 노동시장 접근 허용, 기본 사회 서비스 제공 등이 담겼다. 정식 이주민뿐 아니라 불법 체류자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이주한 이들의 인권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6일 "우리나라는 이주 글로벌 합의 초안 작성에 참여한 193국 중 하나로, 이번 채택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가 간 협정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았고, 불법 체류 문제는 지금처럼 국내법에 따라 다루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주 합의가 국내 불법 체류자의 체류 근거로 악용돼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고, 국가 주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 점을 우려해 미국,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호주, 폴란드, 이스라엘,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은 이번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는 의회 논의 후 참여 여부를 정하겠다며 유보했다.

야권(野圈)은 정부가 '이주 합의' 채택에 참여할 경우, 비정상적 이주민이 급증하고 불법 체류자 문제에서도 우리 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국민 일자리 손실이 커지고, 이주민은 세금·병역 의무 이행 없이 복지만 보장받는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GCM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불법 체류 문제는 지금처럼 국내법을 따르면 된다"며 "비정상 이주민의 인권 보호는 수많은 인권 협약에도 포함된 상징적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주 문제는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이탈리아와 스위스처럼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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