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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③ ‘메가 이벤트 뒤에 숨겨진 모럴 해저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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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
메가 이벤트 개최 구실로 행해진 '모럴 해저드'없나 ?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는 원래 영국의 보험 업계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공익보다 사익, 즉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해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을 뜻한다.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다시 말해, 자기가 몸담은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한 일종의 기회주의적 행동이다. 우리 말로 '도덕적 해이'나 '부도덕한 행위'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이익 추구,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태도, 집단 이기주의가 모두 모럴 해저드에 속한다.

다음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결정 또는 돈 낭비라는 비판을받아 모럴 해저드 논란이 일었던 사안들이다. 다음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은 어떤 것일까?

1.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장은 동계 장애인 올림픽 개폐회식까지 단 4차례 사용하고 철거됐다. 새로 짓고 해체 철거하는데 약 1,300억 원이 들어갔다.

대회를 유치할 당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 장소는 여러 군데가 거론됐다. 먼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던 곳은 스키점프센터였다.

동계올림픽 개막 전인 2016년과 2017년에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 속한 강원 FC의 홈경기 구장으로 이용된 적도 있는 스키점프센터는 스키점프대와 스키점프타워, 스타디움으로 이루어져 있고, 좌석 6,300석과 입석 2,200석을 더해 최대 8,5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다.

시설을 보완하고 성화 점화 대를 설치하면 훌륭한 개회식 장소로 활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경제 올림픽을 추구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강릉종합운동장을 증·개축해서 쓰자는 대안이 등장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강릉에서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반대에 부딪혀 이 현실적인 대안 또한 버림받고 말았다.

결국,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플라자 공간 안에 지하 1층과 지상 7층 규모로 3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을 따로 짓기로 했다. 개폐회식 전용 시설로 건설된 이 스타디움은 동계장애인올림픽 폐회식을 치르고 2018년 3월 18일 이후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관중석은 5,000석만 남겼고, 본관 건물은 3층까지 남기고 그 위 4개 층을 없앴다. 남겨 놓은 시설은 올림픽 기념관과 기념 공원, 야외 공연장, 생활체육 시설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원회는 이 스타디움을 짓는데, 약 635억 원을 썼고, 다시 해체하는데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집행해 모두 1,300억 원의 돈이 들었다. 단 4차례의 개폐회식에 쓰기 위해 1,300억 원의 돈을 들인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은 외신에서도 뜨거운 화젯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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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개회식이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왼쪽) / 철거 해체된 이후의 올림픽 스타디움 조감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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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선 가리왕산의 알파인스키 경기장
: 대회가 끝나면 원 상태로 다시 복구하기로 약속하고 총 공사비 2,064억 원을 들여서 활강 경기장을 지었다. 자연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선 다시 2천억 원이 든다.

이전까지 강원도의 스키장 가운데엔 올림픽 활강 코스 조건을 만족하게 하는 곳이 없었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는 무주 리조트의 활강코스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타당성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표고 차가 올림픽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평창 올림픽인데 강원도를 떠나 무주에서 치른다는 게 웬 말이냐는 반발도 거셌다. 결국, 무주에서 활강 경기를 치른다는 대안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여러 후보지 가운데, 정선 가리왕산이 지목됐다. 수목이 울창하고 훼손되지 않은 청정 자연이 보존된 가리왕산은 약용으로 쓰이기도 하는 주목의 자생단지로 산림 보호가 필요한 지역이었다. 녹색환경연합 등 환경단체는 이런 점을 들어 반대했지만, 대회가 끝나고 복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결국 2,064억 원의 비용을 들인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장이 지어졌다.

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약속대로 복원해야 하지만, 강원도는 이에 난색을 보이고 나섰다.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복구 비용이 부담이 된 강원도는 대한스키협회 등과 연합해 앞으로 동계 아시안게임과 동계유니버사아드, 동계군인체육대회 등을 유치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2023년 8월까지 쓰게 해달라고 연장 사용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림청이 연장사용신청을 즉각 반려하자, 강원도는 법정 다툼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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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억 원을 들여 건설한 정산 가리왕산 알파인스키장의 현재 상태. 이 활강 코스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다시 2천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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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슬라이딩센터 실내 훈련장
: 100억 원 이상 들여 지은 실내 훈련장은 잘못된 설계로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무용지물의 시설이다.

강원도 슬라이딩 센터에는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 2번째로 지어진 실내 훈련장이 있다. 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는 이 실내 훈련장에는 97m 길이의 봅슬레이·스켈레톤 전용 트랙과 그 옆에 64m 길이의 루지 전용 트랙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 실내 훈련장은 사실상 사용 불가의 무용지물 훈련장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봅슬레이의 제동이 이뤄져야 할 오르막 구간이 너무 짧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훈련하는 썰매 종목 선수들은 자칫 충돌로 인한 부상을 당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차라리 육상 스타트 훈련장에서 연습하는 것만도 못한 시설이 된 것이다. 평창 슬라이딩센터 건립 비용은 1,141억 원이 들었고, 실내 훈련장 건립 비용도 최소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실내훈련장의 설계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함구하면서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상황이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은 이 실내훈련장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강력히 요구했고, 설계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관여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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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슬라이딩 센터의 실내훈련장. 설계가 잘못돼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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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9일 ,평창 동계 올림픽 1주년 기념일
반성 하나 없이 성공했다고 자축만 할 것인가?

내년 2월 9일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막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때가 되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자축하는 각종 기념행사가 열릴 것이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들인 돈보다 619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모두 60조 원의 비용이 들어간 2014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에 비하면 5분의 1밖에 안 들어갔으며,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올림픽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는 왜 평창 동계 올림픽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가? 그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저질러진 '모럴 해저드' 논란 때문이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폴 로빈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은 위험이 뒤따르는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와 위험 발생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전주(錢主)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모럴해저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대마불사(大馬不死, Too big to fail)'
"방만한 운영과 금융 지출을 한 주체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
"세금을 내는 실질적인 전주(錢主)인 국민 부담 커질 뿐"

크루그먼은 국가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대규모 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을 정부가 구제해 주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바둑 용어 대마불사(大馬不死, Too big to fail)라는 말을 들어 사업을 담당한 주체는 방만한 운영과 금융 지출에도 쉽게 망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구제 금융의 형식상 전주(錢主)는 금융기관이지만, 정부에 세금을 내는 국민이 실질적인 전주(錢主)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의 주장을 대입해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른 주체인 강원도와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부실 사업 투성이로 인한 대규모 재정 부담을 겪을 수는 있지만, 정부의 구제 금융에 기대어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뒤에 숨겨져 있는 전주(錢主)인 강원도민과 우리나라 국민이 짊어져야 할 짐과 고통만 더 커지고 무거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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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기자 (andre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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