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9323929 0722018120649323929 02 0201001 5.18.16-RELEASE 72 JTBC 46560372

[밀착카메라] 버려진 가상화폐 채굴장엔…'전기료 4억' 고지서만

글자크기
[앵커]

작년 이맘때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었지요. 이후, 가상화폐를 이용한 투자사기 같은 불법 행위들이 이어지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신종 기법에 가상화폐가 악용되고, 쉴새없이 돌아가던 채굴장은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8일, 취재진에게 수상한 건물이 있다는 한 통의 제보전화가 왔습니다.

[제보자 : 아니 저게 뭐하는 데인가.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컴퓨터 같은데 껍데기가 없는 본체가 있잖아요. 그게 수백 대가 돌아가는 거 같더라고요.]

취재진이 직접 현장에 가봤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280m 2 규모의 단층건물입니다.

상당히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창고 같아 보이지만 건물 벽면에는 4대의 대형 환풍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창문 안쪽을 보면 전기선이 빼곡하게 연결돼 있고 메인보드 수백 대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인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해당 공장을 '가상화폐 채굴공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다보니 몇 개월째 방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채굴공장 투자자 : 3000만~4000만원씩 한 달에 마이너스가 나니까 그래서. 저는 지금 관리 안 한 지가 9개월이 넘었어요. (24시간 계속 돌리시는 거죠?) 그렇죠.]

아예 문을 닫은 채굴공장도 있습니다.

인천 서구의 아파트형 공장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곳은 채굴공장으로 가득 찼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단전 예고가 붙은 전기 고지서만 있습니다.

미납된 금액만 4억 8000만 원인데 사무실 안을 보면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채굴기가 있던 공간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텅 빈 복도에는 채굴기가 방치돼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또 다른 채굴장입니다.

1년 전만 해도 채굴기가 꽉 차 있던 공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이 비어 있습니다.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채굴 규모를 줄인 것입니다.

해당 업체 대표는 가상화폐 침체 원인으로 시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 행위들을 꼽습니다.

[가상화폐 채굴공장 대표 : 말하자면 떨어진 요인 중의 하나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좀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건 사실이긴 해요.]

보물선을 인양하겠다며 가상화폐를 다단계로 판매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공동구매를 추진했던 한 벤처캐피털사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각종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거래나 유통에 있어 제약이나 규제가 없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 : 자금만 있으면 거래소 만드는 게 너무 쉽고…00 같은 경우는 사실상 코인도 존재하지 않고 만들지도 않았고…]

복잡한 과학기술을 앞세우며 장밋빛 전망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것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 :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블록체인인데 우리가 이것이 하나의 구원의 장이 될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에도 가상화폐가 악용되고 있는 상황.

[보이스피싱 피해자 : '입금시킨 사람의 계좌로 가상화폐 코인을 지급했다'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받은 적 없다.]

금융당국에 피해를 호소해도 구제를 받기 쉽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 이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그냥 우리가 포기하자…금융감독원 이런 데서 규제를 좀 해주거나…]

기존에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답답하다는 입장입니다.

[A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 : 지금은 정부가 결단해야 돼요. 규제를 양성화해서 규제하면서 끌고 갈 건지 진짜 다 죽일 것인지.]

가상화폐 광풍이 분 지 1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가상화폐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1년 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더 큰 폐해로 이어지기 전에 뚜렷한 법적 정의와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

박병현, 박영웅, 김진광, 최다희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