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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도민 60% 반대한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한 원희룡 지사 "제주 미래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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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제주도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이른바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했다. 이로써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을 통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 지 16년 만에 국내 1호가 탄생하게 됐다.

제주도민 공론화조사위원회가 과반 반대로 '영리병원 불허'를 권고했음에도 원희룡 제주지사(오른쪽 사진)가 밀어붙인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도민 일각에서는 원 지사가 여론을 무시하고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중이다.

원 지사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전용 조건부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 진료할 수 있는 과목으로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로 한정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는 영향이 없게끔 했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세계일보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2015년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아 지난해 7월 건물(사진)이 준공됐으며, 지난 8월 제주도에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운영인력까지 뽑았으나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한다"고 주장하는 몇몇 시민단체와 도민의 반발에 개원이 6차례 연기됐다.

최종 개설 허가권을 갖고 있던 원 지사는 앞서 반대 단체가 공론조사를 청구하자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3월 수용했다. 이에 영리병원 개설 허가와 불허를 두고 숙의형 공론화조사위가 구성됐으며, 지난 10월 실시된 제주도민 공론조사를 벌여 58.9%가 반대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공론화조사위 측은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 병원으로 활용하라"고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원 지사가 공론화조사위에서 드러난 도민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번에 입장을 바꿔 허가를 내줬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는 경제 살리기와 관광산업 도약,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행정 신뢰 등을 우선 고려했다며 허가 배경을 설명했다.

원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숙의형 공론조사위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이어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 취지를 적극로 헤아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주도청에는 그의 기자회견 전 30여개의 단체로 구성된 '의료 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회원들이 몰려들어 "도민 배신하고 영리병원 선택한 원희룡은 즉각 퇴진하라"고 외치며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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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원이 허용된 녹지국제병원에는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토지 매입과 건설비 668억원과 운영비 110억 등 총 778억원(자본금 210억원)을 투자했다. 녹지그룹은 중국 상하이시가 50%를 출자한 국유 기업이다.

현행법상 병원은 의사나 정부, 지방단체, 학교법인 등 비영리 기관만 설립할 수 있으며, 운영 수익금도 배당 등을 통해 외부로 가져갈 수 없다. 이에 반해 영리병원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나 민간 투자자의 자본으로 세워진다.

2002년 12월 영리병원 개설 내용을 다룬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몇몇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영리병원 개설이 허용됐다.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도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의 종류와 요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에 필요한 사항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이에 2012년 녹지그룹은 국토교통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에 1조130억원의 투자 합의서를 체결했다.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본격 논의된 건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때부터다. 당시 복지부는 중국 최대 녹지그룹이 제출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2014년 2월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고 도입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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