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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리병원 두고 ‘변심’ 원희룡…장고 끝 ‘악수’일까 ‘묘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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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못할 결정”… 제주 지역구 의원들도 한목소리 ‘비판’

원 지사 측 “정치인의 소신과 도백 역할 사이 괴리”

일각선 “외국인만으론 병원 운영 힘들어…녹지 자진철수시킬 묘수” 평가도

이데일리

원희룡 제주지사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에 따른 어떤 비난도 기꺼이 달게 받겠다. 추후 정치적인 책임도 피하지 않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조건부 허가’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2014년 처음 도지사선거에 나설 때에 내놨던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바꿨다는 비난에 직면해서다. 특히나 결정 전 도입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거스른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적잖다. 다만 일각에선 원 지사가 정치인으로서의 소신과 도백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내렸단 평가도 나온다.

원 지사가 ‘영리 병원 반대’ ‘공론조사위 결정 수용’ 등 그간 밝혀온 입장과 다른 결단을 내린 데엔 △녹지그룹이 속한 중국과의 외교 문제 비화 우려 △사업 무산으로 촉발될 수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문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제주도 한 관계자는 “이미 채용계약도 맺었고, 자칫하면 수천억원대 토지반환소송이 벌어질 수 있어서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올해를 넘기기 전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녹지가 원했던 것처럼 내국인에게는 열진 않겠다는 게 원 지사가 고민 끝에 택한 절충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장 제주도를 넘어 중앙 정치권에서도 원 지사를 향한 비난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원 지사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 수천억대 소송 등 우려 사항들은 이미 예전부터 나왔던 점들 아닌가”라며 “3억원을 들여 공론조사위를 가동하고도 따르지 않는 건 애초 다른 결과를 원했기 때문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강창일 의원(제주 제주시갑)도 “이미 제주자치도설치법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 병원은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의견수렴을 해놓고 받아들이지 않은 건 잘못됐다”고 일침을 놨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녹지그룹이 처음부터 외국인만 받아선 운영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나중에 슬금슬금 내국인에게도 풀겠다는 뒷거래가 있던 건 아닌가”라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원 지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소신을 지킬 수만은 없는 자리에 있다”며 “파병에 반대했지만 결국 택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 지사도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 사정에 밝은 다른 관계자는 “강 의원의 지적과는 반대의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만 받아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데도 원 지사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외국인에 한정했잖나. 녹지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사업을 접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원 지사의 결정에 대한 평가는 조금 미뤄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원 지사가 말바꾸기 등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이번 결정이 ‘묘수’로 재평가 받을 수도 있단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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