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영리병원 1호'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허가(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국인 진료 금지, 외국인 대상 조건부 허가

원희룡 제주도지사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조건부 개설"

의협 "의료영리화 시발점, 강력히 반대" 밝혀

이데일리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공=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외부 투자를 받아 수익을 나눌 수 있는 영리병원이 국내에서 처음 허가 받았다. 이를 두고 보건의료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의료의 질 저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엇갈린다.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즉각적인 반발도 나오고 있어 실제 문을 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의 ‘녹지국제병원’을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최종 허가했다.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연면적 1만 8253㎡(지하 1층·지상 3층) 부지에 778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완공했으며, 이미 48병상에 의료진 58명과 행정인력 76명 등 134명을 채용했다.

영리병원은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받아 수익을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형태의 병원이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 8곳과 제주도에서는 외국자본 유치 활성화를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그간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 등에 따라 허가가 나지 않다가 이번에 첫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영리병원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리병원에 매년 해외환자 30만명이 방문해 병상 70%를 점유하고, 현 평균 진료비의 2~5배를 지불하면서 1인 평균 8일을 입원할 경우 최대 4조881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7939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처럼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투자를 통해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기존 병원들은 대출을 통한 투자에 의존했기 때문에 병원이 잘못되면 의사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영리병원은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에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 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을 허가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을 적용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도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한 이유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관광산업 재도약과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결정에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제주도민 18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영리병원 개설을 불허하는 의견이 58.9%로 나와 공론조사위원회에서 불허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청 앞에서 ‘원희룡 지사 규탄대회’를 열고 영리병원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도민이 민주적으로 결정한 불허 결정을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곧장 “의료영리화 시발점이 될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외국 투자 자본으로 설립한 의료기관인 만큼 국내 기존 의료기관과 같이 환자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수익창출에 초점을 맞춰, 국내 의료체계를 왜곡하고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다.

의협 측은 “이번 제주도 결정은 공공의료 강화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를 필두로 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비급여 비용 지출절감 등의 정책을 펼치는 정책 기조에 역행하고,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역할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에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고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