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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원희룡, 1000억 손해배상 등 우려 '영리병원 허가'로 입장 바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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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 결정 뒤집은 배경은

땅 헐값에 넘긴 주민 반발도 고려

元 “비난 달게 받고 책임도 질 것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5일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한 규탄집회를 벌였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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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제주에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가 났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제주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공론조사에서 나온 불허 권고안을 뒤집는 것이어서 뒤끝이 개운치 낳다. 특히 그동안 수차례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돌연 입장을 바꾼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 지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공론조사 결정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방안을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실적 대안이 없어 불가피하게 차선의 결정을 내렸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다. 도민들에게 죄송하다.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고 정치적 책임도 지겠다”고 밝혔다.

앞서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는 지난 10월 4일 6개월간 진행된 공론조사 결과 녹지국제병원 개설 반대 의견이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나 ‘개설 불허’를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이후 원 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결국 2개월 만에 말을 바꾸고 조건부 개설 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원 지사가 입장을 번복한 것은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허가 불허시 녹지국제병원측에서 제기할 1,000억원 내외의 손해배상 문제와 지역주민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녹지국제병원측은 공론조사 실시 전부터 결과에 대한 수용 거부를 입장을 밝히고, 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해 영리병원을 유치했고,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이뤄져 병원 건물까지 지어놓고 의사와 간호사 등 134명을 채용한 상황에서 소송이 제기되면 도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또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지역이 발전한다는 말에 토지를 헐값에 넘긴 주민들이 제기할 수 있는 토지의 목적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도 쉽게 풀 수 없는 문제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ㆍ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등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를 놓고 정부 측과 논의했지만 책임 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고, 비영리 전환이나 병원 인수 등 제3의 대안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점도 차선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3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실시한 공론조사에 나타난 도민들의 뜻을 외면한 원 지사에 대한 거센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제주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ㆍ정당으로 구성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원 지사는 제주도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라며 “도민을 배신하고 영리병원을 선택한 원 지사에 대한 퇴진운동과 함께 공론조사에 사용된 예산을 원 지사가 부담하도록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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