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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에 의사단체 강력 반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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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지역경제 활성화" vs 의협·보건의료노조 "국내 의료체계 부정적 영향"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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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제주도가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최종 허가했다. 의사협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은 의료영리화 시발점이라며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찬반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5일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이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는 이와 관련해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고,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한 것이라고 양해를 당부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불허 권고’를 내린 취지를 적극 헤아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도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한 구체적인 사유로 지역경제 문제 외에도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인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를 제시했다. 제주는 정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국제자유도시인데,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현재 병원에 채용돼 있는 직원(134명)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로의 전환 불가 ▲비상이 걸린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으로 허가가 불가피 했다는 설명이다.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한 이유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과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의료기관과 관련해 그동안 우려가 제기돼 온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보존하려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최종 허가를 받음에 따라 2005년 외국의료기관제도가 도입된 지 13년동안 이어졌던 논란이 일단락됐다. 외국인의료기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11월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하는 등 역대 정부에서 제주도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추진해 왔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18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출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총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7월 28일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한 데 이어 의사 등 인력 134명(도민 107명)을 채용했고, 8월 28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 영리병원 반대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추진이 어려워지자 난감해진 도는 도민참여단으로 구성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를 꾸려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고, 위원회는 지난 10월 ‘개설 불허’ 의견을 권고했다. 원 지사는 개설 불허 의견에도 결국 최종 허용을 결정했다.

◆의사단체 "수익창출 의료기관 운영 각종 부작용 초래할 것"= 첫 영리벙원 허가 소식에 의사협회 등은 즉시 성명서를 내고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제주도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개원 반대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외국 투자 자본 유치 목적만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내 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 측은 외국 투자자본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은 우리나라의 기존 의료기관 같이 환자의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수익창출을 위한 의료기관 운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면서 "외국인 환자 등 유치에 관해서도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미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자본을 활용,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현행 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전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도의 결정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영리병원 반대의 목소리를 우회하고자 국내 비영리의료법인이 중국자본의 탈을 쓰고 유치에 나섰다는 매우 짙은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이 병원은 성형외과, 피부과는 물론 건강검진을 위한 내과로 구성돼 말이 병원이지 사실상 미용성형과 항노화를 중심으로 한 종합미용건강센터"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민이 민주적으로 결정한 녹지국제병원 불허결정을 뒤집지 말아야 한다"면서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정부 여당은 물론 보수야당에 의한 의료민영화 행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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