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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내 첫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하면 허가 취소 …원희룡 “조건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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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에 휩싸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대상 진료를 조건으로 허용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원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5일 오후 최종 발표한다.

원 지사는 애초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도 의료영리화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허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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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종 허가권자인 원희룡 지사는 행정의 신뢰성과 외국인 투자 정책 대외 신인도, 일자리 창출 등을 고려했다.

원 지사는 “의료 공공성 약화 우려 등을 고려해 외국인 진료에 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허가를 취소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관련 부서 간부회의에서도 국내 시·도 외국인 투자실적과 비교해 제주도가 사실상 정체 수준이라는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전국적인 경제침체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공론조사위는 지난 10월 4일 6개월 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절차를 거친 끝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반대 의견이 허가 의견보다 20%포인트 높게 나타나 개설 불허를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개설허가를 강하게 요구하며 도정의 책임 있는 결단을 주문했다.

김도연 동홍동 마을회장은 지난 3일 원 지사와의 간담회에서 “녹지국제병원 개발사업은 오직 지역의 발전을 위해 동의하고 협력해온 사업”이라며 “개원 허가가 지연되면서 1년 새 병원 건물은 흉물이 됐고, 채용된 직원들은 6개월 넘게 휴직하는 등 오히려 지역 발전을 더디게 하고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애초 의료관광단지 개발을 위해 토지를 제공했던 만큼 사업 방향이 달라지면 사업자는 토지 반환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개발사업이기에 명암이있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제주 관광의 질적 수준 제고 등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녹지국제병원 투자자인 중국 녹지그룹은 2015년 정부 승인을 받고 계약 조건대로 지난해 7월 말 녹지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지난해 8월 개설 허가 신청서를 냈다. 토지 매입과 건설비 668억원, 운영비 110억원 등 총 778억원(자본금 210억원)을 투자했으나 1년 넘게 표류해온 개설 허가 연기로 인건비와 관리비 등 매달 8억5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만약 녹지병원이 개원 불허로 결론이 나면 녹지그룹의 10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이 예상된다.

투자개방형병원은 ‘동북아 의료 허브 구상’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 제주특별법이 제정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본격 진행됐다. 그 핵심이 제주헬스케어타운이다. 서귀포시 토평동 153만m⊃2;에 1조5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의료복합단지를 조성, 의료관광 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중국 상하이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은 2012년 국토교통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130억원의 투자합의서를 체결하고 그동안 콘도·호텔 등 제반 시설에 6357억원을 투자했다. 녹지그룹은 778억원을 투자해 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에 47병상 규모로 병원을 지었다. 지난해 7월 건물이 완공되자,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진료과목은 성형·피부·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다. 주요 타깃은 피부 관리, 미용 성형, 건강검진 등을 위해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의료관광객이다.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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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은 보건복지부가 2015년 12월 ‘외국의료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해 지난해 7월 준공했다.

하지만 최종 개설 허가권을 갖고 있는 원희룡 지사는 문재인 정부가 의료 영리화에 부정적인 데다 반대 단체가 공론조사를 청구하자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3월 이를 수용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과 관련한 정부 검토 의견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병원 설립을 승인했지만, 제주도가 결정권을 행사하라고만 명시한 채 정부 차원의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제주도와 공동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원 지사는 결정을 미루고 공론조사위로 넘겼다.

원 지사가 공론조사위의 불허 권고를 뒤집고 조건부 허용으로 급선회하면서 반발도 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원희룡 지사는 도민의 민주적 결정을 희롱하지 말고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즉각 불허하라”며 “원 지사는 국민의 명령마저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도 “원 지사가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를 뒤집는다면 퇴진운동을 포함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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