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IF] [사이언스 샷] 터빈도 프로펠러도 없는 이온風 이용한 항공기, 10초간 소리 없이 날았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이온풍 이용한 항공기의 비행 장면. /MIT




1903년 12월 17일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가 두 개의 프로펠러를 달고 12초간 하늘을 날았다. 인류가 항공 시대에 진입하는 신호탄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티븐 배럿 교수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프로펠러도, 터빈도 없는 비행기가 실내체육관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10초간 날았다고 발표했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115년 만에 비행기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배럿 교수가 개발한 비행기는 날개 길이 5m로 1인용 카약만 한 크기다. 무게는 닭 한 마리 정도인 2.45㎏에 불과하다. 날개 밑에는 창문 블라인드처럼 얇은 알루미늄 포일과 함께 전선들이 줄지어 있다. 머리 부분에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들이 쌓여 있다. 배터리 팩은 4만 볼트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MIT의 비행기는 이른바 '이온풍(風)'을 이용했다. 이온은 전기를 띤 입자를 말한다. 날개 아래 앞쪽의 전선이 양극이 되고 그 뒤쪽에 있는 알루미늄 포일은 음극이 된다. 전류를 흘리면 양극과 음극 사이 공간에 전기장이 형성되고, 그 사이 공기 중에 있는 질소가 전자를 잃고 (+) 전기를 띠는 양이온이 된다.

질소 양이온들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띠지 않는 주변 공기 분자들과 수백만 번씩 충돌한다. 공기 분자들은 날개 뒤쪽으로 밀려난다. 이온풍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비행기는 앞으로 나가는 추력을 얻는다. 연구진은 열 번의 비행 실험에서 비행기가 0.5m 높이로 55m까지 날았다고 밝혔다. 보잘것없는 결과 같지만 단위 에너지 대비 추력은 기존 제트엔진을 능가한다.

이온풍은 1960년대부터 연구됐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주에는 질소 같은 공기가 없어 미리 저장한 제논 입자를 이온화해 뿜는다. 배럿 교수는 "공상과학(SF) 영화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를 보면 우주선이 빛을 내면서 순식간에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그처럼 조용하면서도 아무런 배기가스도 방출하지 않는 미래형 비행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