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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 세포… "실제 세포에 가장 근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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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을 비추자 동그란 세포가 녹색으로 빛난다. 세포 안에서 녹색 형광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 연구실에 흔히 볼 수 있는 세포이지만 놀랍게도 재질이 플라스틱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19일 "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이 플라스틱 껍질 속에 DNA를 갖춘 인공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생명 탄생'의 영역에 다가가고 있다. 세균의 유전자를 합성 DNA로 교체하는 데서 시작해 이제는 세포막과 핵까지 만들어낸다. 광합성을 하는 세포 소기관인 엽록체까지 모방해냈다. 인공 세포는 향후 약물을 싣고 가 환부(患部)만 정확하게 공략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인공 세포와 실제 세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심각한 생명 윤리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플라스틱 세포가 내는 녹색 형광

UC샌디에이고의 닐 드바라 교수 연구진은 혈액 성분을 분석할 때 사용하던 작은 플라스틱 칩으로 인공 세포를 합성했다. 칩 입구에는 세 가지 물질이 동시에 주입된다. 하나는 세포 내부에 들어가는 DNA와 무기물이며, 세포막을 이루는 고분자 플라스틱인 아크릴산염과 지방성분, 마지막으로 세포 밖을 감싸는 액체 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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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성분이 동시에 주입되면 바로 구형의 인공 세포 구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자외선을 쬐면 고분자 플라스틱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세포막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에탄올을 처리하면 세포막에 끼어 있는 지방 성분이 물질이 투과되는 형태로 바뀌고, 세포 안쪽의 DNA와 무기물이 뭉쳐 일종의 핵막 구조를 이룬다. 바로 유전물질이 있는 핵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진핵세포가 합성된 것이다. 그보다 원시적인 형태의 원핵세포는 핵막이 없어 유전물질이 세포질에 퍼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가 운영하는 출판 전 논문 공개 사이트(bioRxiv)에 실렸다. 연구진은 인공 진핵세포에 녹색 형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넣었다. 연구진이 세포 주변의 용액에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효소와 단백질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리보솜 등을 주입하자 곧 세포 안에서 녹색 형광이 발생했다. 인공 세포가 단백질 합성에 성공한 것이다.

미네소타대의 케이트 아달마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실제로 기능하는 합성 진핵세포에 가장 근접한 연구 성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합성 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 형광이 세포들로 퍼져 나가는 현상도 관찰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공 세포가 병에 걸린 세포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환경오염 물질을 탐지하는 센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DNA 최적화, 인공 엽록체도 합성

인공 세포 연구는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세포막 구조를 모방하는 데서 시작했다. 세포막은 물을 좋아하는 성분은 밖으로, 싫어하는 성분은 안쪽으로 향해 구형을 이루고 있다. 과학자들은 물과 친한 성분과 멀리하는 성분이 양쪽에 있는 물질들을 물에 풀어놓으면 스스로 공 모양으로 조립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만든 리포솜은 화장품업계에서 피부 깊숙이 유용물질을 전달하는 일종의 캡슐로 쓰고 있다.

그다음은 인공 DNA 연구다. 미국 유전체 분석업체인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지난 2016년 사이언스지에 유전자 473개를 가지고 스스로 증식하는 세균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없앤 세균에 인공 합성한 유전자를 주입했다. 원래 이 세균은 유전자가 525개인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최적화시켜 473개만으로도 충분히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듯 유용물질에 최적인 인공 세포의 유전자를 재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벤터 연구소는 2010년 처음 인공 DNA를 가진 세균을 만들어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세포막과 핵 사이에는 또 다른 중요한 소기관들이 있다. 동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나 식물 세포의 엽록체처럼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들이다. 지난 5월 서강대 신관우 교수와 하버드대 케빈 파커 교수 공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빛을 받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인공 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식물에서 광합성 단백질, 세균에서 광전환 단백질을 각각 추출해 인공 미토콘드리아를 만들었다. 이것을 인공 세포막 안에 넣고 빛을 비추자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인공 세포가 유용 물질 생산이나 전달은 물론, 생물 진화와 외계 생명체를 연구하는 실험 도구도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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