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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치매안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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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58년 대한민국. 노인은 전체 인구의 40%를 넘었다. 104세 A씨는 치매환자다. 70세 아들이 돌보고 있지만 아들 또한 중풍 초기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A씨를 오래 모신 탓에 우울증도 왔다. A씨뿐만이 아니다. 늙은 자녀와 며느리, 사위들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장수가 결코 축복만이 아닌 시대다. 지역사회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된다.

#2030년 용산치매안심마을(가칭). 120여 명의 치매환자가 함께 산다. 종종 옆방 친구들과 제과점이나 카페에 앉아 수다도 떨고, 미용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4개 건물 지붕이 각기 다른 모양이라 방을 찾기도 쉽다. 마을 한쪽 텃밭에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어서 서로서로 나눠 먹기도 한다. 이 마을은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보호 아래 치매환자들이 일상생활을 누리면서 치료를 병행하는 마을이다.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노인 인구는 이미 전체 14%인 708만명을 넘어섰고, 치매환자는 78만명에 이른다. 2030년이 되면 치매환자는 12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치매환자가 있으면 형제 간에 등지고, 때로는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치매환자들이 다시 웃는 법을 기억해 낸다." 일본 구마모토현 치매정책을 소개한 시사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이 머릿속을 맴돈다. 화면에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어르신의 해맑은 미소가 담겼다. 개인이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고, 가족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진다는 것. 용산구의 치매정책이 추구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존 요양병원·시설들이 통제와 격리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치매안심마을 건립을 추진해왔다. 치매환자도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햇볕을 쬐고, 바람도 쐬고, 밭도 가꾸고 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네덜란드에 호그벡 마을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용산 치매안심마을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용산에서 시작한 치매안심마을이 성공적인 한국형 사업모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구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을 기대해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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