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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500조 가계빚…더 큰 문제는 신용대출·고금리 가계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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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신용 1514조… 전분기보다 22조 늘어/2017년 3분기 대비 6.7% 증가/ 최근 소득증가는 2∼4% 수준/ 신용대출 8%대 늘어 ‘우려’/ 빚 증가폭 둔화 불구 부담 가중/“금리상승기 취약층 주목 필요”

세계일보

가계빚이 1500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 1000조원을 넘은 지 5년 만이다. 매년 100조원씩 증가한 셈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가계빚의 증가 추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1금융권에서 밀려난 취약 차주들이 고금리 대출로 이동하고 있는데다 가계빚이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가계부채 뇌관인 취약차주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신용은 3분기 말 현재 151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18조5000억원 증가한 1427조7000억원, 신용카드 결제액 등 판매신용이 3조6000억원 늘어난 86조7000억원이었다.

올해 들어 대출 증가폭은 정부의 각종 규제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3분기 가계빚은 전분기보다 22조원 늘었다. 3분기 기준으로 2014년(20조6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 규모도 95조1000억원으로, 2015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대를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7%로, 2005∼2014년 평균(8.2%) 보다 낮아졌다.

대출 증가세는 다소 완화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가계소득 증가 속도는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보다 빠르다. 통계청 가계소득 증가율은 최근 몇 년간 2∼4%에 머물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3∼5%에 불과하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신용 증가세가 소득보다 여전히 빨라 가계부채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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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8조6000억원 늘었는데, 2016년 4분기(9조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한은은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분기당 10만호를 넘고 있고, 주택 전세거래량도 늘었다”며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꾸준하고, 10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도입 전 선(先)수요 효과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9·13 부동산대책의 효과는 10, 11월 수치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우려스런 대목은 악화되고 있는 부채의 내용이다. 3분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6.4%), 주택담보대출(4.3%) 증가율을 앞선다. 카드론, 대부사업자 등이 포함된 고금리의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7.2%나 늘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대한 유동성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도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에도 금리를 3∼4차례 인상할 전망이다. 은행권 전체 대출 중 변동금리가 70%를 넘었고, 일부 은행의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높아진 상태다. 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취약차주는 가계 부채 사슬의 약한 고리다.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소득·자산으로 빚 못 갚는 고위험가구가 전체 부채가구의 3.1%를 차지한다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고위험가구는 0.4%포인트,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는 1.6%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일수록 금융자산이 없고 신용대출 등 변동금리 대출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금리가 오르면 고소득층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규제로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계층이 제2금융권이나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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