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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비관론 본격화, 미국 경제 독주 시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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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월 이후 하락세에 다우·S&P500 올해 상승분 반납

5대 첨단기술주, 고점 대비 20~40%↓…1조달러 증발

경기 정점론 부각, “내년 하반기 성장률 1%대로”



역대 최장의 상승세를 보여온 미국 증시가 휘청거리자 ‘나 홀로’ 잘나간다는 소리를 들어온 미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근래에 2005년 이후 가장 호조를 보여온 경제가 정점을 지나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일 2.21% 떨어진 2만4465.64에 장을 마쳤다. 에스앤피(S&P)500 지수도 1.8% 급락했다. 10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미국 증시의 두 대표 지수는 이로써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7% 떨어져 8월30일 최고점에 비해 15%나 하락했다.

한겨레

증시 폭락세는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이끌고 있다. 최근 두달간 페이스북은 전고점에서 39%, 아마존은 25%, 애플은 20%, 넷플릭스는 36%, 구글은 20%나 하락했다. 5대 업체 주식가치 1조달러가 증발했다. 대형 첨단기술주가 집중적인 폭격을 받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과잉 평가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률 상승 전망은 불투명한 가운데 페이스북의 보안 문제나 유럽연합(EU)의 과세·벌금 문제 등을 계기로 거품이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형 업체들의 거품 해소 차원이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의 환경 악화가 문제라는 분석이 갈수록 힘을 얻는다. 미국 국내 경기를 가늠하는 대형 소매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날 대형 소매업체 타깃은 10%, 콜스는 9%, 월마트는 3% 폭락했다. 석유 값도 7% 가까이 폭락했다. 유가는 10월 초 이후 30%나 떨어졌다.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대형 첨단기술업체나 경기 강세를 반영해온 소매업체들의 주가 폭락은 성장 동력 약화와 그 징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앞으로 더 좋아질 여건이 없다는 경기 정점론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최근 1~2년간 중국, 유럽, 일본 등 다른 주요 경제권의 둔화에 상관없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에 이은 세계 2~4위 경제인 중국, 독일, 일본은 3분기에 일제히 성장률이 하락했다. 중국의 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저였다.

미국 경제가 다른 경제권과 따로 노는 현상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지출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내년에는 감세 효과가 다하고, 둔화되는 세계 경제와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무역전쟁과 유럽의 브렉시트 공포도 간과할 수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폭락이 경기침체(마이너스 성장)로까지 가는 길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신중하다. 하지만 미국이 마지막으로 합세한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본격화됐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은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4분기에 3.1%를 찍은 뒤 내년 1~2분기에 각각 2.2%와 2%, 3분기 1.7%, 4분기 1.5%로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성장률이 1분기 2.5%, 2분기 2.2%, 3분기 1.8%, 4분기 1.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시작된 미국 증시 상승은 사상 최장의 호황 장세를 구가하며 에스앤피500 지수를 300%나 상승시켰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가 그만큼 좋아졌느냐는 질문에 상당수 미국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금융위기를 상쇄하려는 천문학적 돈 풀기에 힘입은 것이고,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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