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민주노총 '나홀로 총파업'…주최측·참가자 간 온도차 [이슈+]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국 주요도심 14곳서 집회 / 文정부 비난하며 대립각 세워 / 잇단 규탄발언에도 호응 약해 / 참가 80% 이상이 현대·기아차 / 타 사업장의 동참은 극히 적어



세계일보

“‘소득주도성장’만이 살 길이라던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가는 비가 잠시 내리다 그친 21일 오후 3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경기 총파업 대회 무대에 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같이 되물었다. 평소라면 “투쟁!”이라는 큰 소리가 여기저기서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별다른 반응이 없어 다소 생경한 장면을 연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을 진행하고 국회 앞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심 14곳에서 총파업 대회(집회)를 열었다. 국회 앞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이, 전국에서는 약 4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총 16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진행된 대규모 총파업이다.

세계일보

국회 앞 집회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 철회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조합원 1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하상윤 기자


세계일보

반면에 고용노동부는 이날 총파업에 동참한 인원이 전국 80여개 사업장 약 9만명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노조원이 7만7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타 사업장의 참여는 극히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이 정치색이 짙다는 인식이 일선 사업장들에 퍼지면서 예상보다 참여 인원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서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발언이 연신 쏟아져 나왔다. 집회 시작 전 상영된 영상에서 ‘우리는 오늘 문재인정부에 촛불정부 아님을 통보한다’는 자막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무대에 선 연사들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노동정책 쟁점들을 언급하며 자유한국당 등 야당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민주당까지 호되게 비판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의 반응은 늦가을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다. 무대에 선 연사들이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신통치 않았다. 간간이 산발적으로 “투쟁”이라는 소리가 들렸을 뿐,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현장 곁으로 빠져 담소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워댔다. 우려했던 경찰과의 충돌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

세계일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11.21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세계일보

집회 주최 측과 참가자들 간 온도차를 두고 이번 총파업이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격임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경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노조 때리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지도부가 그걸 알면서도 끌려가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가 민주노총을 공적(公敵)으로 몰아간다는 현장 참가자들의 불만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깊은 불신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총파업·집회는 현 정권 창출의 대주주라는 인식이 강한 민주노총이 정부에 경고 또는 세력 과시를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집회 현장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직장인 서모(32·여)씨는 “집회로 시끄러운 것도 문제지만, 담배 좀 아무데서나 안 피웠으면 좋겠다”며 “저런 태도 하나 하나 때문에 시민들이 노조에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모(52)씨는 “민주노총이 이제는 같은 편인 현 정부까지 공격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결의문에서 “정부와 국회가 계속해서 ‘노동개악’을 밀어붙일 경우 제2·제3의 총파업을 일으키고, 다음달 1일 ‘전국 민중대회’ 총력 집결을 비롯해 사회 대개혁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앞 100m 지점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81개 중대를 인근에 배치했다.

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