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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올리브 농장으로 간 ‘이탈리아 마피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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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침체기에 농업으로 침투한 伊 마피아 조직, 각종 가짜 식품 제조로 시장 교란

농업(agricoltura)과 마피아(mafia)을 합친 아그로 마피아(agromafia) 신조어 나오기도

아시아경제

이탈리아 경제 위기를 틈타 유럽 농업 생산량 3위의 자국 시장을 장악한 마피아, '아그로 마피아'들의 범죄로 이탈리아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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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2015년 12월 이탈리아 경찰은 7000t 규모의 가짜 올리브유를 유통한 농장을 적발했는데 값싼 해바라기유와 카놀라유를 버진올리브오일로 둔갑시켜 판 일당을 추적하자 전원이 마피아로 밝혀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0년 사이 이탈리아 경제 위기를 틈타 농·식품업계를 장악한 마피아들이 올리는 수입이 마피아 연간 전체매출의 1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탈리아 마피아를 대표하는 조직인 나폴리 카모라(Napolitan Camorra), 시칠리아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는 대규모 포도농장, 올리브농장 운영은 물론 생산에서 포장, 운송과 유통까지 농·식품업계 전반에 뿌리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과 중공업이 침체된 반면 농업 시장이 갈수록 성장세를 보이자 가능성을 본 마피아 조직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탈리아 남부의 주요 올리브, 토마토, 아보카도 농장을 매입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전국구로 확산된 조직망을 토대로 농산물 유통과 판매시장 역시 빠르게 장악하며 연간 매출이 2011년 123억 유로(약 16조1000억 원)였던 것이 올해엔 220억 유로(약 28조 3,40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다만 뇌물과 폭력, 위조와 강탈에 근간을 둔 마피아의 행동 양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앞서 언급한 가짜 올리브유 유통, 밀가루 원산지 조작 등의 관련 범죄가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으며, 마피아 조직의 보이지 않는 통제에 의해 도매시장에 유통되는 농산물 가격은 수시로 조정되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값싼 북아프리카산 오일과 유제품을 혼합해 가짜 모차렐라 치즈를 유통한 사실이 적발됐는가 하면 값싼 와인의 레이블을 토스카니에서 생산된 고급 브랜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로 바꿔치기해 유통하다 덜미를 잡히는 등 서민 식탁을 위협하는 식품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 7월 이탈리아 노동조합이 농업 노동자와 식품 가공 산업 종사자 조합 Flai CGIL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농업 종사자 중 약 40만 명이 마피아 조직에 불법 고용되어 있으며 이 중 13만 2000여 명은 주 7일, 하루 최대 14시간을 근무하는 최악의 노동환경에 내몰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가짜 식품 유통과 노동 착취 등 전방위 불법 사업을 통해 최대 7~10배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마피아들 사이에선 “코카인보다 올리브 오일” 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돌고 있을 정도.

한편 이탈리아 오성운동 소속 상원의원 엘레나 패트리는 마피아 조직의 식품 범죄 근절을 위해 식품의 오염 및 위조품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과거엔 법과 질서가 그들 앞에 있었지만, 지금은 마피아의 범죄 수법이 이를 앞질러 있다”며 “농업 분야에 기생한 마피아는 근본적으로 잡초이며, 이들을 확실하게 근절할 강력한 제초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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