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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당당하게 즐기자" 금기 벗고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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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성인용품에서 즐기는 일상제품으로...성인용품의 변신
세계 성인용품 시장 2020년 32조원, 한국은 2000억원 대 "성장 잠재력 커"

조선일보

감각적인 디자인의 텐가 성인용품./텐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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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음침한 성인용품이 아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상용품으로 ‘섹슈얼 웰니스’ 분야를 개척하겠다."

일본 성인용품 업체 텐가(TENGA)의 마츠모토 코이치 대표가 한국 진출 2주년을 기념해 밝힌 포부다. 텐가는 21일 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을 밝혔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국내 최초의 성인용품 기자간담회로 이목을 끌었다.

◇ 국내 최초의 성인용품 기자간담회 열려

2005년 일본에서 설립된 텐가는 세계 60개국에 진출해 있는 성인용품 브랜드다. 올해 7월 기준 누적 출하 수 7000만 개를 돌파해,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의 성인용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3초에 1개꼴로 판매하면서 총 1034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회사가 15년 전 처음 제품을 제작했을 때만 해도 일본 성인용품 사용률은 1%에 불과했다. 성욕은 대부분 사람이 가진 것인데, 이를 쉬쉬한 탓에 일상적으로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있다 하더라도 일반 소비재 상품과 달리 제조사의 정보나 가격, 사용법 등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아 위화감이 들었다. 그렇다보니 더 은밀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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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마츠모토 코이치 텐가 대표. 그는 내년에 국내에 텐가숍 1호점을 오픈한다고 밝혔다./텐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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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텐가는 "자위는 누구나 하는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남녀 모두 즐기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시장을 개척했다.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를 모티브로 삼지 않고, 위생을 고려해 일회용품과 재사용 제품을 나눠 제조했다. 또 누구나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총 6번 수상했다.

텐가는 단순히 성인용품을 넘어 ‘성(性) 건강’까지 지향하기 위해 ‘텐가 헬스케어’를 선보였다. 대표 제품으로는 사정 장애 개선을 위한 트레이닝 제품과 셀프 정자 관찰 제품 등이 있다. 이 제품들은 일본 성기능학회에서 발표한 '사정 장애 환자에 대한 Masturbator를 이용한 재활'이라는 논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 매장. 액세서리 매장 온 듯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성인용품 시장은 2015년 22조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약 3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엔 일본은 약 2조966억원(2093억엔, 2016년 기준), 중국은 약 1조6천억원(100억 위안, 2017년 기준) 수준이다. 반면 국내 시장 규모는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마츠모토 코이치 대표는 "한국은 일본보다 보수적이다. 일본인 성인용품 사용 경험이 25.9%인데 반해, 한국인은 18.3%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 진출한 이래 매출이 10배 올랐다. 일본 인구의 절반임을 감안하면 한국은 절반만큼의 성장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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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매장 레드컨테이너 명동점, 분홍색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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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성인용품 시장은 달라지고 있다. 플레져랩, 레드컨테이너, N.19, 러브허니 등 성인용품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고, 이들은 서울 이태원, 명동, 가로수길을 비롯해 대구와 부산 등 주요 도시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매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명동에 위치한 레드컨테이너 매장은 분홍색의 외관과 인테리어로 액세서리 매장을 방불케 한다. 3층 규모의 이 매장에는 자위기구와 콘돔, 젤, 속옷, 향수 등을 판매한다. 민망함도 잠시, 직원의 전문적인 설명을 듣다 보면 성인용품보다는 IT 기기를 사러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휴대폰으로 기능을 설정할 수 있어 커플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아요. 식용 가능한 실리콘으로 만들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죠."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갈래로 갈린다. 먼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평.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면 가격 거품이 빠져 더 경제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마츠모토 코이치 대표는 "한국에 정식 진출하기 전엔 우리 제품이 일본보다 3배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그래서 일부 소비자들은 일회용 기구를 세척해 사용했다고 한다"고 했다.

반면 주요 번화가마다 성인용품 매장이 들어섬에 따라 청소년들의 접근 가능성이 커진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무분별한 노출로 인해 청소년들이 왜곡된 성 의식을 갖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면서 성문화가 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이를 다룰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증거"라면서 "건전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성문화가 이야기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시민 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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