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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태움 문화 변한 거 없어요" 어느 간호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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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 종사자 66.2% 폭언 경험…5명에 1명 '태움' 당한 적 있어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병원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파이낸셜뉴스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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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문화로 이슈가 됐으나 변한 건 없습니다. 인격모독과 욕설도 서슴지 않고"

"하루 12~13시간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바쁜 날엔 그 이상도 일합니다"

"못하면 혼을 내고 욕합니다. 제 몸은 점점 망가져 가고 자존감은 바닥 칩니다. 퇴근 후 집 가는 길에 우는 게 일상이네요..."

지난 19일 한 온라인 사이트에 간호사 '태움'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모 대학병원에 올해 입사한 신입 간호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지난 2월 '태움'으로 인해 서울아산병원 신입 간호사가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고된 업무 스케줄에 밥을 못 먹는 날도 허다하다면서 특히 '태움' 문화가 여전히 만연한다고 말했다. 앞에서 대놓고 한명을 따돌리고 무시하는 일도 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 및 강도, 태움문화 등에 대해 문제 제기가 많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발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의료산업 종사자의 근무환경은 아직도 열악하기만 하다.

의료산업 종사자 5만7303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2%가 폭언을, 11.9%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13.3%, 태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19.2%로 높게 조사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재수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해 "열악한 근무 환경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하다 보니 어떻게든 빨리 가르쳐서 현장에 투입하려는 '태움'이 발생한다"며 "태운 사람과 태움을 당한 사람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지만 실제론 둘 다 병원 시스템의 피해자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년 미만의 신규 간호사 이직률이 34%"라며 "의료 현장은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 가중된 업무에 견디지 못해서 떠나는 사람이 많아 임신순번제, 심지어 사직순번제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병원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현장에 충분한 인력 투입이 되어야 '태움'도 갑질 문화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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