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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겉으로만 여성 해방'…사우디, 여성운동가 성고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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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보도…"카슈끄지 사건 이전에 자행"

복수의 소식통 "왕세자 오른팔이 고문행위 주도"

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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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올 들어 최소 18명의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붙잡아 전기충격·채찍질 등 잔인한 고문을 실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쥐게 되면서 여성 운전 금지령을 해제하는 등 개혁 정책을 실시했지만, 동시에 왕실에 비판적인 사회·정치 운동가들을 더 엄중하게 단속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대거 잡아들였다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왕실 보좌관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18명 중 4명은 전기충격과 채찍질을 당했다"면서 이 같은 고문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캠페인이었다고 WSJ에 증언했다.

이 같은 고문행위는 지난달 자말 카슈끄지 WP 칼럼니스트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하기 전에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한 WSJ의 논평 요청에 "사우디 왕국의 사법 제도는 고문을 묵인하지 않으며 권장하거나 허용하지도 않는다"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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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리바아 왕세자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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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식통은 올해 사우디가 투옥한 여성 운동가 중 공식적인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중 많은 이들이 수개월 동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독방에 수감됐다고 전했다.

언론 대응 권한이 없는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WSJ에 "최소 1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고 다른 여성들은 성희롱을 당했다"면서 "1명은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다. 이런 일은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가 재판 없이 6개월 이상 구금한 이들의 숫자는 2014년 293명해서 올해 2305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사우디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의 회원국이며, 형법에 수용자들에 대한 안전 장치를 마련해 둔 나라다. 그러나 유엔은 지난 6월 사우디가 수감자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증거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WSJ에 증언한 복수의 소식통은 여성 운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고문행위의 주동자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오른팔'로 불리는 사우드 알 카타니를 지목했다.

알 카타니는 지난달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을 일으킨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돼 미국 재무부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반부패 캠페인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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