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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러시아가 인터폴 수장될까 초조한 서구…“韓 김종양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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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러시아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쥐고 흔들게 될까.

오는 21일(현지 시각) 인터폴이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된다. BBC, CNN 등에 따르면 인터폴은 두바이에서 제87차 총회를 열어 사임한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 후임자를 선출한다. 차기 총재로 유력한 후보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프로코프추크 부총재.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은 러시아가 인터폴 수배 제도를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는 등 악용할 수 있다면서 프로코프추크를 반대하고 있다.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는 꼴"이라는 것이다.

프로코프추크와 맞붙는 상대는 우리나라 김종양 선임 부총재. 만약 김 부총재가 총재에 당선된다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인터폴 수장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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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인터폴 총재로 유력한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프로코프추크 부총재. /타스


지난 18일부터 열린 이번 총회는 192개 가입국에서 대표단 1000여명이 참석했다. 총회 마지막 날인 21일에 새 총재를 뽑는다. 당선자 임기는 멍 전 총재의 임기였던 2020년까지다. 멍 전 총재는 중국 출장 중인 지난 9월 말 이후 중국 정부에 체포·구금돼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받았다. 멍 전 총재는 지난달 7일 인터폴에 총재직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 "러시아 후보가 인터폴 수장? 인터폴, 인권 탄압에 이용될 것"

현재 차기 인터폴 총재 유력 후보인 프로코프추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코프추크는 러시아 내무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관료 출신으로 2011년에는 경찰 간부로도 근무했다. 2년 전 러시아에서 그를 인터폴 부총재로 지명한 이후 계속 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의 총재 입후보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인권 탄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당국이 인터폴 수배 최고 단계인 ‘적색수배’를 악용해 반정부 인사를 탄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원의원 4명은 지난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는 꼴"이라며 프로코프추크 출마에 반대했다. 성명에는 "러시아는 정적·반체제 인사·언론인을 괴롭히기 위해 인터폴을 일상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며 "프로코프추크는 푸틴의 독재 정권을 강화하는 위협 전략에 개인적으로 관여해온 인물로 궁극적으로 (인터폴 내) 민주주의를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코프추크가 인터폴 수장이 되면 적색수배를 남용하고 의미 있는 내부 개혁도 막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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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훙웨이 인터폴 전 총재가 인터폴 기를 펼쳐 잡고 있다. /인터폴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도 프로코프추크의 입후보는 "국제 질서를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는 만약 프로코프추크가 당선되면 인터폴 탈퇴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정치인들도 프로코프추크 반대 운동에 가세했다. 영국 자민당의 빈스 케이블 대표는 만약 프로코프추크가 인터폴 수장이 될 경우 인터폴은 ‘러시아 마피아의 지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는 수년간 인터폴을 이용해 다른 나라로 도망간 정적들을 체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특히 ‘반 푸틴’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인터폴 수배 제도를 악용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봄 스페인 당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영국 국적의 윌리엄 브라우더가 구금된 것도 러시아가 요청한 인터폴 수배 조치 때문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최대 외국인 투자자인 브라우더는 푸틴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러시아 고위 공무원들이 거액을 횡령했다고 고발한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변호사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후 의문의 죽임을 당하자 브라우더는 러시아 수사당국의 고문 때문에 죽었다고 비난하며 푸틴 정권에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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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양 인터폴 부총재 겸 총재 권한대행. /인터폴


◇ 美-유럽 "우리는 韓 김종양 부총재 지지"

프로코프추크를 막을 수 있는 인물로는 총재 권한대행을 수행 중인 김 부총재가 꼽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적극적으로 김 부총재를 지지하고 있다.

2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부총재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폴에 속하고 법치를 존중하는 모든 국가와 단체가 청렴한 지도자를 뽑길 권장한다. 우리는 김 부총재가 적임자라고 믿는다"고 했다.

영국 외교부도 이례적으로 프로코프추크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면서 대신 김 부총재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재는 경남 창원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찰에 몸담아 외사와 보안 분야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다. 그는 서울 성북경찰서장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 주재관, 서울경찰청 보안부장, 경찰청 외사국장,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2015년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을 끝으로 경찰을 떠났다. 이후 인터폴 중앙사무국장과 집행위원에 이어 집행위원회 부총재를 맡아오다 지난달부터 총재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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