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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경제마저 꺾이나…유가 폭락發 금융시장 공포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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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또 하루새 6% 안팎 폭락

한달반 전 연고점 대비 무려 30%↓

美·OPEC 공급 대립 속 증산 기울듯

美 경기 점정론…수요 둔화 우려도

글로벌 경기 전망, '비관론' 돌아서

유가發 투심 악화…韓 시장 직격탄

이데일리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거래원이 폐장 후 이날 마감한 각종 증시 지표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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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유가가 불과 한달반 만에 30% 넘게 폭락했다. 이미 ‘약세장(Bear Market)’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유가 급락은 국제금융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내년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 각국 증시가 죽을 쑤고 있는데, 국제유가는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원유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연말 국내외 금융시장도 ‘시계제로’의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다.

◇국제유가 또 하루새 6% 안팎 폭락

21일 한국석유공사와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3.43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거래일 1월물 선물가격(57.20달러) 대비 6.59% 떨어졌다. 5거래일 전인 지난 13일(-7.07%) 이후 다시 폭락장이 연출된 것이다.

연고점이었던 지난달 3일(76.41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30.07% 떨어졌다. 두달도 채 안 돼 70달러 중후반대에서 50달러 초중반대로 수직낙하한 것이다.

같은날 1월물 브렌트유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6.79달러에서 62.53달러로 급락했다. 하루 사이 6.38% 내렸다.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컸던 한달반 전과 비교해 27.54% 내렸다. WTI에 버금가는 낙폭이다.

국내 수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도 마찬가지다. 간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5.51달러에 마감하며 전거래일 대비 1.00% 하락했다. 연고점(지난달 4일·84.44달러)보다 22.42% 폭락했다.

유가가 갑자기 약세장으로 진입한 건 원유 생산을 줄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탓이다. 지난밤 폭락장은 미국과 사우디 사이의 정치적인 이슈에서 불거졌다. 수요보다 공급이 가격을 좌우하는 게 원유시장이 가진 특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와 변함없는 파트너”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최근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 이후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옹호하고 나섰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국제유가 상승 재료)을 반대해 왔다. 사우디가 미국의 입장에 반해 감산을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았고, 자연스레 공급 과잉 우려는 또 불거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우디는 다음달 OPEC 정례회담에서 감산 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커졌다”며 “감산하지 않는다면 원유시장은 공급 과잉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증산과 OPEC의 감산이 대립하겠지만, 무게중심은 증산으로 기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美 경기 점정론…수요 둔화 우려도

이에 더해 최근에는 수요 둔화 우려도 부쩍 커지고 있다. 미국마저 내년 이후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요즘 뉴욕 증시 약세장이 그 방증이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1%(551.8포인트) 하락한 2만4465.64에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장이다. 기술주(株)에 이어 유통주도 줄줄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내후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미국 경기 ‘정점론’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올해 3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보다 0.3% 감소했고,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6.5%(전년 동기 대비)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독일마저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유로존 성장률은 0.2%로 내려앉았다. 세계 경기 전반이 ‘비관론’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감속 우려로 자산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즘 국제금융시장에는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만연해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유독 떨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장중 한때 4200달러까지 내렸다. 지난해 10월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금융시장도 유가발(發) 투심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 현재 전거래일 대비 19.23포인트 하락한 2063.35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1% 이상 내리고 있다.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도 약세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5.75원 상승한 (원화 가치 하락) 1131.55원에 거래 중이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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