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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상용화? 첫 전파 발사? 시범서비스?…5G 사업자들 “뭐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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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월1일 전파발사 앞두고 마케팅 골머리

“상용화라고 하려니 낯간지럽고

그냥 전파 발사라고 하자니 밋밋하고”

라우터를 단말기로 볼 수 있냐가 관건

네트워크 장비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공급자 시각 아닌 이용자 눈높이 필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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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 제한적 상용화? 시범서비스 개시? 첫 전파 발사? 5G 시대 개막?….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차세대 이동통신(5G) 사업자들이 첫 전파를 발사해야 하는 12월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사업자들이 이 날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해 설명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냥 첫 전파 발사라고 하면 마케팅 측면에서 밋밋해 보이고, 그렇다고 아직 단말기와 서비스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용화라고 공표했다가는 자칫 웃음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권을 가진 이동통신 3사는 오는 27~29일 사이에 각각 최고경영자가 직접 주관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12월1일로 예정하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첫 전파 발사의 의미와 향후 사업 강화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3사 홍보실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행사를 할지를 놓고 치열한 탐색전과 신경전을 벌이며, 통신업계 담당기자들을 상대로 “우리 행사에 와 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12월1일 첫 전파 발사 행위를 마케팅 측면에서 어떤 수준으로 활용할지를 놓고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주파수 할당 조건 이행 의무에 따라 12월1일 일부 지역에서 전파가 발사되겠지만, 이용자들은 사실상 이를 경험하기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동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나오지 않은 데다 서비스도 없다.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는 빨라도 내년 2분기는 돼야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내년 3월이 상용화 시점으로 꼽혔던 것도 단말기 출시 가능 일정에 따른 것이다. 12월에는 차세대 이동통신 전파를 무선랜(와이파이)으로 바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동글’(dongle) 형태의 ‘라우터’가 공급돼 최종 단말기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SKT) 관계자는 “전파를 발사할 수 있는 기지국이 있고, 이동통신 단말기 구실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쨌건 전파를 받아주는 라우터도 있으니, 이용약관과 가입자만 있으면 상용화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선언하려니 어딘가 모르게 낯간지러운 측면도 있다”며 “경쟁업체들의 추이를 보며, 과기정통부에도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LGU+) 관계자는 “라우터도 단말기다. 돈 내고 이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상용화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니냐. 과기정통부도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에 목을 매고 있으니, 상용화란 표현에 동의해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과기정통부는 따로 행사를 하지 않고 보도자료만 내고, 보도자료에 상용화란 표현은 쓰지 않기로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 쪽에서 보면, 전파 발사로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행정적·기술적 인증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의미만 갖는다. 상용화라는 표현은 사업자들이 쓰면 몰라도 정부가 쓸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애초 과기정통부는 사업자들의 기를 살리는 취지로 상용화 선언에 동참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논란 가능성이 커지자 행정적·기술적 인증 절차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정훈 에스케이텔레콤 사장·황창규 케이티 회장·하현회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이 12월1일 손잡고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선언할 것이란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상 ‘사업자들의 희망 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과기정통부 일각에선 상용화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비록 고정형이긴 하지만, 기지국과 단말기가 있어 제한적으로나마 서비스가 가능하고, 사업자들이 이용약관(요금제)만 신고하면 상용화했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할 바는 못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세대 이동통신 이용약관(요금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전영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날 “아직 이용약관 신고를 해온 사업자가 없다”고 말했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주장을 펴온 시민단체 쪽에서는 “이용자 눈높이로 보면 상용화라는 표현은 얼토당토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특징은 초저지연·초고속과 다량 이용자 동시 접속인데, 라우터 방식으로는 네트워크 중간에 무선랜 구간이 끼어 이용자들이 이런 성능을 경험해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학계 전문가(대학교수)는 “상용화 표현 논란은 공급자 마인드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이동 가능한 단말기가 나올 때까지는 실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필드 테스트를 하며 네트워크 운용기술을 축적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둘러싼 ‘최초 서비스’ ‘최초 출시’ ‘최초 상용화’ 경쟁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존과 미국전신전화(AT&T)가 고정형 단말기(라우터) 방식의 서비스를 상용화라고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공방 중이고, 중국에서는 화웨이와 샤오미가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세계 최초 출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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