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5년 전 만난 남친이 일베에 사진 올려…누가 알아볼까 무서웠다”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베 전여친 인증 사진 게재 피해자 증언

자신의 사진이 일베 전여친 인증에 쓰였다고 주장한 한 피해자는 21일 “5년 전 만났던 남자친구가 내 사진을 일베에 ‘전여친 인증’이라고 올렸더라. 누가 사진을 알아보고 연락할까 봐 무서웠다”며 “경찰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 직접 일베 운영자에게 연락해 사진을 지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베에 무혐의 받는 방법도 공유되더라. 강력히 처벌해야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엄벌을 촉구했다.

세계일보

일베 사이트 캡처


◆피해자 “5년 전 남자친구가 일베에 사진 올려... 혹시 누가 알아볼까 두려웠다”

자신의 사진이 일베 전여친 인증에 쓰였다고 주장한 한 피해자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실시간 검색어에 ‘일베 여친 인증’이 올라와 있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베에) 들어갔다”며 “사람들이 많이 올리는 게시판을 보니까 이제 막 열 몇 페이지까지 되게 많더라. 그래서 그냥 한 개, 한 개 보다가 넘겨서도 보다가 하는데 제가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전쯤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찍었던 사진을 올렸던 거다, 인증이라고”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전 남자친구) 딴에는 얼굴을 조금 가린다고는 가렸는데 그게 완벽히 가린 사진도 아니었고”라며 “조금 가렸다 해도 제가 아는 사람이 봤으면 저였구나 하고 다 알아볼 만한 수준의 사진이어서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피해자는 “무서웠던 건 지금 남자친구랑 남자친구 친구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이제 이걸 보면 ‘야, 네 여자친구 여기 있더라’ 이런 식으로 또 소문이 퍼지는 것도 무서웠고”라며 “(얼굴을) 가렸는데도 ‘어디가 부족하다’ ‘뭐가 좀 어떻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댓글 달고. 다른 사람들 사진 보니까 예쁘게 나온 사진들에는 ‘OO고 싶다’ ‘길에서 만나서 OO하고 싶다’ 이런 댓글도 많고”라고 전했다.

세계일보

일베 사이트 캡처


◆경찰에 신고하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직접 지워라”

피해자는 “처음에는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이런 사이트에 내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걸 어떻게 내려야 하냐, 좀 지워달라’ 이런 식으로 요청했는데”라며 “경찰에서는 해 줄 수 없다라고 제가 직접 지워야 한다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말하길) ‘사귈 때는 서로 동의하에 찍은 사진이지 않은가. 누가 몰래 찍었다면 그건 어떻게 (경찰에서) 조사를 해 주겠는데 몰래 안 찍었더라도 어쨌든 올린 건 잘못인데 그렇게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지금 저희는 없다’고 (설명하더라)”며 “올린 사람을 처벌하고 싶으면 제가 직접 증거를 모아서 민사로 재판하든지 해야지. 형사법상으로는 누가 내 사진을 함부로 올려도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일베에 올라온 피해자의 사진이 성적 욕망 혹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노출 사진이 아니기에 성폭력 처벌법 14조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피해자가 직접 일베에 삭제 요청해야 하는 현실...가해자들끼리 ‘무혐의’ 방법 공유

피해자는 “처음에는 거기 게시판을 다 뒤져가지고 이메일도 보내보고 했는데 (운영자가) 안 읽더라”며 “그래서 가입을 해서 밑에 문의 게시판에 글 주소랑 내 사진이라고 본인 인증을 하면 운영자가 삭제해 주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처음에는 댓글로 삭제해 달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제가 그게 열 몇 개 글을 보면서 어떤 여성분이 그냥 셀카에다가 ‘이거 내 사진인데 지워달라’고 댓글 단 걸 봤다”며 “그런데 그 밑으로는 ‘본인 등판했네’ ‘이거 재미있다’ ‘진짜 저게 본인이냐’ 이런 식으로 지워달라는 당사자한테 욕을 하더라. 그래서 제가 무서워서 댓글로도 지워달라 말도 못 하고”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진짜 저는 좀 강하게 처벌을 해야 다음에 이렇게 안 올리게 될 것 같은데”라며 “일베 게시판 보면 이제 압수 수색한다고 해도 ‘이렇게 대답하면 자기는 빠져나갔다’ 이런 방법도 오히려 공유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