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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팩트체크]금융당국이 정권 바뀌자 입장 뒤집었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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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팩트체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일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정식 고발했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의 결정문을 받는 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증선위의 지난 14일 ‘삼성바이오의 2015년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가 적정했고 상장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관련한 사실관계를 점검해봤다.

■ 정권따라 입장을 바꿨나

기업의 회계를 들여다보는 감리는 비상장사의 경우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을 하고, 상장사는 금융감독원이 맡는다.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 상장 전에는 한국공인회계사가 문제없다고 했다. 참여연대 등이 2016년 말부터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자, 삼성바이오는 2017년 1월 금감원에 질의를 했고, 금감원은 한국회계기준원과 연석회의를 열고 문제없다고 했다. 2017년 2월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아니다.

증선위의 감리위원인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인회계사회의 서면 감리는 ‘리뷰’에 해당하고, 금감원이 최근 끝낸 혐의 감리(조사)와는 매우 다른 통상의 절차”라며 “(삼성의 질의도) 감리가 아니라 질의에 대한 회신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추궁을 당하자 ‘등 떠밀려’ 감리에 나선 것은 맞다. 하지만 금감원이 1년2개월간 특별감리를 통해 감리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5월이 처음이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시기적 지적은 있을 수 있지만 금감원이 입장을 바꿨다고 보기는 힘들다.

■ 금감원 1·2차 감리 달라졌나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은 1차 감리에서 2012~2014년 에피스를 연결로 처리한 것은 특별히 지적을 하지 않았으며, 2015년 말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지분법 변경은 안되고 연결을 유지해야 했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재감리 시에는 2012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전제가 다르다. 금감원은 1차 감리에서 2012~2014년 회계처리가 ‘연결’이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게 아니다. ‘2015년 회계기준 변경’만 문제 삼았다. 회계기준을 변경할 때는 특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2015년 삼성바이오는 사유 없이 자의적으로 바꿨다는 점을 지적했다. 쉽게 말해 ‘연결’로 정했다면 쭉 ‘연결’이어야 하고, 처음부터 ‘지분법’이었다면 계속 ‘지분법’이었어야 했다는 뜻이다. 다만 증선위가 2015년 회계뿐 아니라 2012년부터 다시 따져보라고 했기 때문에 금감원은 2차 감리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젠사와 공유지배하는 회사여서 지분법으로 처리해야 했고 2012년 회계처리부터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 국민연금 거액 손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주식은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만약 상장폐지 결정이 나온다면 1조원은 모두 날아가는 것일까.

상장폐지 결정이 나면 한국거래소는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 일반적으로 상장폐지되면 회사 자체가 망해서 주식도 휴지조각이 된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거래만 못할 뿐이지 회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고 모회사인 삼성물산이 떠받쳐줄 것이라고 예상해 정리매매 기간에 주가가 폭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주식만 거래소에서 거래가 안될 뿐이지 여러 가지 자금회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 소송 전문 변호사는 “(상장폐지가 돼) 정리매매 기간 동안 국민연금이 손실이 생긴다면 삼성바이오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 상장 가능? 불가능?

삼성바이오는 이날 “2015년 11월 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르면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상장일 주금납입 후 기준)인 경우 상장 가능했다”며 “상장 당시 이미 요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회계기준 변경은 2015년 말에 이뤄지고, 삼성바이오의 상장 작업은 2016년 5월부터 시작해 11월 상장 전에 공모금액이 들어왔다.

그러나 만약 2015년 자의적으로 회계기준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콜옵션 부채를 반영해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라면 은행에서 돈도 빌리지 못하는데 공모금액 산정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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