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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삼 달여먹고, 산청 찾는 베트남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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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컵 2승1무, 또 '박항서 매직'

U-23 축구·AG 이어 올해 세번째

베트남전 암표 10배 가격에 거래

축구 넘어 총체적인 '한류 전도사'

중앙일보

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자 베트남 하노이 축구 팬들이 박 감독의 사진 주변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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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베트남 현지에서는 ‘고려인삼’이 인기다. 인삼 가공품이 아닌, 인삼을 직접 내려 먹는다. 오토바이를 탄 베트남 방문판매원이 집에 찾아가 약탕기 사용법을 알려준다. 박항서(59)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고려인삼을 먹인 게 입소문 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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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의 고향 산청을 찾은 베트남 여행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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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에는 베트남 비엣젯 항공사와 비에쩬투어 관계자들이 경남 산청군을 답사하고 돌아갔다. 산청군은 박항서 감독의 고향이다. 베트남인들 사이에 박 감독 고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항공사와 여행사가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관계자들은 박 감독이 살았던 생초면까지 방문해 생초축구장을 둘러봤고, 한방테마파크 동의보감촌에서 뜸 등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박항서 감독은 축구를 넘어 음식·관광 등 문화·체육 부문에서 총체적으로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102위,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로 평가되던 베트남은 현재 진행 중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은 20일 미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미얀마와 득점없이 비겼다. 앞서 지난 8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라오스를 3-0으로 완파했고, 16일 2차전에서는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었다. 베트남은 2승1무(승점7)를 기록, 미얀마에 다득점에 뒤져 조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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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키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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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의 지휘 아래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베트남을 4강에 진출했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17일 “박항서 매직, 올해만 세 차례 하노이를 열광시켰다”고 보도했다.

스즈키컵은 1996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동남아 축구 국가대항전이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와 조별리그 A조에 속했다. A, B조 1, 2위가 4강에 오른다. 베트남은 태국을 꺾고 10년 만에 우승하는 게 목표인데, 베트남과 태국의 경기는 한·일전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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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자 베트남 하노이 축구 팬들이 불꽃을 터트리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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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팀을 향한 베트남 현지의 열기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스즈키컵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 좌석(4만석)은 예매 시작과 함께 일찌감치 매진됐다. 40만동(2만원)짜리 입장권이 암표 시장에서 400만동(20만원)에 거래됐다. 베트남 현지 쌀국수 한 그릇 값이 우리 돈 1500원인 걸 고려하면 엄청난 열기다. 전신 마비 장애인 팬이 박항서 팀을 응원하기 위해 들것에 실린 채 경기장을 찾는 일까지 있었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 인기는 국부인 고(故) 호찌민 주석에 버금갈 정도다. 베트남 국민은 길거리 응원을 펼치면서 박 감독 이름의 베트남식 발음인 “박항세오”를 연호한다. 경기장 안팎에 베트남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휘날린다. 베트남 언론들은 박 감독을 지칭할 때 ‘thay’라고 적은데, 이는 베트남에서 '선생' '스승'을 뜻하는 극존칭어다. 심지어 박 감독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동아제약 ‘박카스’는 베트남 현지 출시 4개월 만에 280만병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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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박카스도 베트남에서 인기다.




박항서 감독은 최근 스즈키컵 조직위원회 소셜미디어에 실린 인터뷰에서 “(내가) 전 세계 모든 축구팀 중 한 팀 감독을 맡을 수 있다면 선택은 역시 베트남”이라고 말해 또 한 번 베트남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국내 네티즌도 이런 박 감독에 대해 ‘정부 외교 못지않은 업적’ ‘훈장을 줘야 한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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