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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FA 포기' 박한이 "마흔 살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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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에서 오래, 즐겁게 야구하는 것도 행운"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박한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한이(39·삼성 라이온즈)가 생애 마지막이 될 자유선수계약(FA) 권리를 포기했다.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어요. 제가 삼성 아니면 어딜 가겠어요."

박한이는 KBO가 2019년 FA 승인 선수 명단을 공개한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홀가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내가 '삼성에서 계속 뜁시다'라고 말하더라. 나도 FA를 신청해 팀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며 "냉정하게 볼 때 마흔이 되는 선수를 보상 선수까지 내주며 영입할 팀은 없다. FA 협상을 할 시간에 더 훈련해서 2019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이는 2001년 입단해 올해까지, 18년 동안 삼성에서만 뛰었다. 우승 반지는 7개(2002, 2004, 2005, 2011, 2012, 2013, 2014년)나 손에 넣었다.

무려 16시즌(2001∼20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치며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로 불렸고, 개인 통산 2천155안타를 쳐 이 부문 역대 5위에 올라 있다. 안타 2개를 추가하면 '우상'이자 절친한 선배인 이승엽(2천156안타) KBO 홍보대사를 넘어 4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FA 운'은 없었다.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박한이는 2년 총 10억원에 사인했다. 2013시즌 후 두 번째 FA가 됐을 때도 4년 28억원에 계약했다.

삼성 팬들은 박한이를 '착한이'라고 불렀다. '착한 계약(예상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했다는 의미)을 한 박한이'라는 의미다.

박한이는 "당연히 더 많은 금액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쉬움은 없다. 내 운이 거기까지였다. 한 팀에서 오래, 즐겁게 뛰는 것도 선수가 누릴 수 있는 행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세 번째 FA 권리는 아예 포기했다. 나이를 고려한 결정이다.

박한이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했다.

연합뉴스

박한이를 향한 환호
(대구=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무사 때 1점 홈런을 쳐낸 삼성 박한이를 향해 관중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2018.9.6 psykims@yna.co.kr (끝)



그러나 '성적'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2018년 KBO리그 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박한이는 114경기에 나서 타율 0.284, 10홈런, 43타점을 올렸다. 특히 9월부터는 24경기에서 타율 0.310, 5홈런을 쳤다.

삼성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지만, 박한이는 기량으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기회를 얻었다. 삼성 팬들은 박한이가 타석에 서면 더 큰 함성으로 응원했다.

박한이는 "시즌 말미에 타격 자세를 손봤는데 효과를 봤다. 2019년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몸을 확실하게 만들고, 스프링캠프에서 바뀐 타격 자세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박한이는 2019년에도 KBO리그 최고령 타자로 뛴다. 그는 "이진영 등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은퇴하는 걸 보며 복잡한 심경이다"라며 "남은 베테랑들이 실력으로 나이에 대한 편견을 넘어섰으면 한다. 나부터 '마흔 살의 타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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