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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팔 수 없고 사기도 힘들어"…아파트 거래절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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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시장의 ‘거래절벽’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아파트 이달 거래량은 전달의 15~20% 수준까지 떨어졌다.

‘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소유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면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자는 늘었지만, 집을 팔겠다는 매도자도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2003건에 그쳤다. 이달 중순까지의 거래량이라는 걸 감안하면 전달(1만243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올해 6월 4751건으로 월별 최저였는데, 이달 이 기록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대폭 줄었다. 이달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각각 88건과 121건으로, 전달의 15% 수준에 그쳤고, 서초구는 89건으로 5분의 1 토막 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집계되는 거래량은 신고일 기준이라 계약 이후 60일 안에 신고하면 된다. 9월과 10월 계약 건이 일부 반영됐는데도 이 정도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다.

‘눈치 보기’ 장세는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어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종합부동산세와 ‘8·2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더 강한 부동산 규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간 0.01% 하락했다. 2017년 9월 첫째 주 이후 무려 61주 만에 하락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매수 대기자는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란 기대로 주택 구매를 미루고, 매도자는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시적인 하락에 그칠 거란 믿음으로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9·13 부동산대책 등 수요 억제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서울에서도 호가가 점차 떨어지는 지역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장기간 거래가 안 된다면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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