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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만 독립 기원" 영화제 수상 소감에… 궁리는 시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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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금마장영화제 '양안 갈등'

중화권 3대 영화제인 대만 금마장(金馬奬)영화제에서 나온 한 수상자의 '대만 독립' 지지 발언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영화계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에서 영화계 스타들이 비판의 총대를 메자 대만 쪽에선 차이잉원 총통까지 나서 대립각을 세우면서 24일 지방선거를 앞둔 대만의 표심을 뒤흔들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왼쪽부터)궁리, 판빙빙,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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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발단은 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台北)에서 열린 제55회 금마장영화제였다. 대만과 홍콩뿐 아니라 다수의 중국 영화계 스타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축제 자리였다. 이날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대만의 푸위 감독 수상 소감이 문제가 됐다. 2016년 3월에 있었던 반중(反中) 성향 대학생들의 입법원(국회) 점거 시위를 다룬 작품 '우리의 청춘, 대만'으로 상을 받은 그는 "언젠가 우리나라가 하나의 진정한 독립국가로서 온전히 대접받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순 시상식은 축제 분위기에서 차갑게 식었다. 시상식을 중계하던 중국 TV들이 잠시 생중계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후 시상식은 '대만 독립'을 둘러싼 양안 연예인들의 '정치 투쟁장'으로 변했다. 다른 상의 시상자로 나선 중국 배우 투먼은 "시상자로서 '중국 대만'에 다시 오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 양안은 한 가족"이라며 '하나의 중국'을 대변하는 발언을 했다. 또 작품상을 시상하기로 돼 있던 심사위원장 중국 배우 궁리는 시상을 거부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중국 배우 쉬정 등은 "중국 영화의 앞날을 기대한다"는 등 중국만을 언급했다. 쑨리 등 중국 배우들과 관계자들은 시상식 후 주최 측의 공식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정리쥔 대만 문화부장(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기는 대만이지 '중국 대만'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와호장룡' '색·계'를 만든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도 "대만은 자유롭고 영화제는 열려 있다"며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다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예술로 논해야지 정치 세계가 간여하길 바라지 않는다"며 푸위 감독을 옹호했다.

시상식 이후 중국 네티즌들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는 순간 바로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등의 댓글을 푸위 감독의 페이스북에 무더기로 달았다. 탈세로 거액을 추징당한 톱스타 판빙빙도 지난달 3일 반성문을 올린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중국은 단 한 뼘도 작아질 수 없다(中國一點都不能少)'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의 구호를 올리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다른 배우들도 앞다퉈 같은 구호를 올렸다.

이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8일 "대만인들은 '중국 대만'이라는 식의 표현을 수용할 수 없다"며 "대만은 그냥 대만일 뿐"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논쟁에 가세했다. 타이베이 시장 등을 뽑는 오는 2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만 독립' 성향의 지지층을 겨냥한 독려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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