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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프로야구 MVP 탄 '잠실 홈런왕'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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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시상식… 홈런·타점 1위 두산 김재환, 데뷔 첫 수상

"과거 약물 복용, 하루도 안 빼고 후회… 더 성실히 살겠다"

트로피를 들고 소감을 이어가던 김재환(30·두산)은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한 번쯤은 짚어야 했던 말이 나왔다.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그런 책임 같은 것들을 더 무겁게 가지고 남은 인생 좀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는데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야구팬이라면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에서 열린 2018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에서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지난달 정규 시즌이 끝나고 나서 기자단 111명이 투표했던 결과가 이날 발표됐다. 김재환은 1위(8점) 51표, 2위(4점) 12표, 3위(3점) 8표, 4위(2점) 2표, 5위(1점) 3표를 얻어 888점 만점 중 487점을 받았다. 2위는 같은 팀 투수 조쉬 린드블럼(367점), 3위는 넥센 박병호(262점)였다. 4위 양의지(254표)와 5위 세스 후랭코프(110점)도 두산 소속이었다. 김재환은 '집안 싸움' 끝에 2008년 데뷔 이후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산(전신 OB 포함) 소속 선수로는 통산 여섯 번째 MVP였다.

김재환은 이날 2018시즌 홈런(44개), 타점(133개) 부문 개인상도 받았다. 두산이 정규 시즌 1위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엔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과 300루타를 달성했던 거포 김재환의 공이 컸다.

조선일보

하지만 김재환이 MVP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약물 전력 때문이었다. 그는 2011년 파나마 야구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 국내에서 도핑 테스트를 했다. 대회 기간 중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에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당시 KBO는 '2012시즌 10경기 출장 정지'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이후 '약재환'이라는 비아냥이 그를 따라다녔다.

김재환은 MVP 수상 후 인터뷰에서 과거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해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를 했던 것 같다"면서 "워낙 (약물) 안 좋은 말이 많으니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수상 소감으로) 먼저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SK와 벌인 지난 한국시리즈에선 옆구리 부상 탓에 1~2차전만 뛰고 3~6차전을 결장했다. 그는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나에게 50점을 주겠다. 내년엔 100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상(副賞)으로 받은 KIA 자동차의 K7 승용차(3300만원 상당)는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인왕은 KT 강백호에게 돌아갔다. 555점 만점에 1위(5점) 99표 등 514점을 얻어 넥센 김혜성(161점)을 제쳤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데뷔한 강백호는 고졸 신인 사상 처음 '개막전 첫 타석, 전체 1호 홈런'을 쳤다. 고졸 신인 역대 최다 홈런(29개·종전 LG 김재현 21개), 고졸 신인 첫 3연타석 홈런 등 굵직한 새 기록을 쏟아냈다. 강백호는 "내년엔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복이 적은 선수가 되겠다. 올해 못 이룬 30홈런이 목표"라고 말했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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