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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증샷 올리며, 한포기 김장 즐기는 2030 혼밥족·싱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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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배추 한 포기로 만든‘한 포기 김치’. 혼밥족 김치인 만큼 전통 김장과는 차이가 난다. 배추에 소금을 살짝 뿌려 절이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쪽파 등을 넣고 버무려 준다. 멸치액젓은 입맛 따라 넣는다. 작은 병에 담으면 완성! 보관할 때 돌멩이를 넣어 김치를 꾹 눌러주거나 비닐로 묶어 주면 맛이 오래간다. /김지호 기자, 푸드 스타일링=메이스 테이블


"세 시간 절인 배추예요. 요걸 세 번 착착 헹궈줍니다!"

뷰티 블로거 '리나'씨는 최근 유튜브에 '한 포기 김장'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배추를 잘라 소금에 절이고 헹군 뒤 풀 쑤고 황태 육수를 부어 숙성 양념장 만드는 걸 선보였다. 순식간에 '맛있겠어요' '저도 이렇게 만들어볼래요' 같은 댓글이 달렸다. 그는 "돈 주고 사먹는 게 편하긴 하지만 직접 담가 먹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고 했다.

김장에도 세대 차이가 있다. 50~60대 주부에게 김장은 중노동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서울 돈암동에 사는 박명아(72)씨는 "스물세 살에 시집 온 뒤 매년 60~70포기씩 김치를 담갔다"고 했다. "하루종일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나면 손이 곱고 허리가 아려. 더는 안 할 거야. 요즘은 파는 김치도 맛있던걸."

반면 20~30대 젊은 여성에게 김장은 '재미 삼아 해보는 놀이'에 가깝다. 다섯 포기 정도만 간단히 담그고 이 과정을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것. '멋지다' '대단하네' 같은 반응을 금세 얻는다. #셀프김장, #한포기김장, #첫김장 같은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나오는 포스팅만 1000여 건. 지난달 '종가집'이 28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0대 이상 여성의 47%는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 반면, 25~30세 여성 중 51%는 "김장을 하겠다"고 답했다. 그중 51%는 "남의 도움 없이 직접 하겠다"고도 했다.

'한 포기 김장'을 즐기는 혼밥족·싱글족도 늘어났다. 인천 연수동에 사는 박자영(34)씨는 "혼자 와인 한 잔 마실 때 곁들여 먹으려고 배추김치를 한 포기 담가봤다. 액젓은 쓰지 않고 사과와 배만 갈아 넣었고, 볶은 황태와 건새우도 살짝 넣어주었다"고 했다. '아워홈' 같은 업체에선 이들이 편하게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절인 배추 10㎏에 양념 5.5㎏을 끼워 주는 '김장 키트'를 내놨다. 6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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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절일 때 유자 껍질이나 청고추 채 썬 것, 편마늘이나 편생강을 함께 넣어주면 감칠맛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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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스타일리스트 메이씨는 "젊은 세대일수록 전통 스타일보단 쉽고 편한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보통 우리나라 김장은 배추를 소금물에 푹 절였다가 씻어내면서 염도를 조절하잖아요. 젊은 친구들 중엔 씻어내는 과정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요. 배추 무게의 3% 정도 되는 소금만 뿌려 두고 하루쯤 절여서 양념을 가볍게 버무려 먹는 거죠. 고춧가루와 쪽파, 다진 마늘 등을 넣고 가볍게 무쳐 주면 끝이에요. 그게 김치냐고 묻는 분들 많겠지만, 몇 달씩 두고 먹는 게 아니라 며칠 가볍게 샐러드처럼 먹으려고 만드는 거니까요." 감칠맛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배추를 소금에 절일 때 유자 껍질·청고추 등을 함께 넣어주면 좋다. 다시마 썬 것, 귤 껍질·마늘이나 생강 채 썬 것을 활용해도 괜찮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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