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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근육 패딩, 테디 코트… 빵빵한 어깨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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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스반노튼, 발렌시아가, 지컷, 몽클레르

프랭크 시내트라는 말했다. "모자를 곧추세워라, 각도가 태도다(Cock your hat, angles are attitudes)." 그의 노래 '마이웨이'의 가사처럼 느껴지는 문구. 고개 들어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섹시한 자신감의 동의어란 얘기다. 실제 심리학 연구로도 증명된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에 따르면 올바른 자세로 곧게 앉거나 서는 것이 과거 칭찬받았던 일 등 긍정적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흔히들 '당 떨어진다'고 말하는 일명 '오후 3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도 어깨 딱 펴고 회사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드리스반노튼, 발렌시아가, 지컷, 몽클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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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앉았다가도 어느새 엉거주춤 어깨로 돌아오는 이라면 이번 시즌 외투에 의지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슬림핏'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최근 '근육 패딩'이라 불리는 뚱뚱이 패딩이 큰 인기다. 빵빵하게 충전재를 넣어 마치 미식축구 선수처럼 드넓은 어깨를 강조한 것. 근육 패딩 원조로 불리는 몽클레르를 비롯해 마르지엘라, 디스퀘어드2 등 다양한 패션브랜드는 물론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드라마틱하게 과장된 외투를 선보였다. 극한의 날씨를 견디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발렌시아가는 아예 9개의 얇은 외투를 겹친 디자인으로 방대한 볼륨을 표현했다. 어깨 좁은 이들도 단번에 태평양 어깨로 만들어줘 '어깨부심(어깨+자부심)'이라고도 불린다. 배우 현빈이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나한테는 이 여자가 김태희고 전도연'이라고 말하듯, '나한테는 이 남자가 강다니엘이고 박보검'이라 외치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곰 한 마리 얹은 듯한 '테디 코트'처럼 체형을 한껏 부풀게 보이는 의상도 대거 등장했다. 어릴 적 갖고 놀던 테디베어의 질감을 코트로 재현한 것으로 포근히 감싸는 듯한 안정감이 최고다. 모피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 패션계에 릴레이로 이어지면서 '인조 모피'의 다른 형태로 테디 코트가 각광받고 있다.

어깨를 강조하는 스타일은 1980년대 여성들이 즐겨 입은 '파워 슈트'가 대표적.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어깨에 빵빵한 어깨심(패드)을 올리는 게 자존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패션 평론가 힐러리 알렉산더는 "영국 대처 총리의 경우 바느질에 재단까지 일일이 신경 쓰면서 어깨심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엔 남성들 의상에서도 어깨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존 그레이는 직장에서 남성들이 배려와 협력 등 여성적 자질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남성성을 드러낼 기회가 부족해지자 스트레스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광고 문구를 빌리자면 '아버님 댁에 보일러 하나' 넣어 드리듯, '남편 재킷에 어깨 패드 하나 더 넣어주는' 배려가 필요한 셈. 외투의 부피가 극대화되면서 오히려 날씬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상체에 시선이 가면서 다리 라인이 늘씬하게 보이는 효과는 덤"이라고 분석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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