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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본 깡촌 중고차판매점 라면집이 미쉐린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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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라면 시작한 요시다 사장

손님 1명 없어도 밤낮 국물 연구

하루 60그릇만 팔며 최고 맛 유지

가성비 좋은 식당 ‘빕구르망’ 선정

동해에 접해있는 일본 혼슈 남서부의 돗토리(鳥取)현, 일본에서 돗토리현이라고 하면 ‘낙후된 시골’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 돗토리현 돗토리시 한적한 마을의 중고차판매점 사무실이 세계적인 명성의 레스토랑 평가서 '미쉐린 가이드'에 올라 일본내에서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일본 언론에선 "중고차판매점이 미쉐린에 오른,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점주의 정열을 맛보기 위해 오늘도 손님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17일자 아사히 신문),"돗토리현에서 벌어진 기적 같은 이야기"(18일 TV아사히)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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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집 '홋토 에아' 개점 시간에 맞춰 늘어선 행렬[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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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발행된 '미쉐린 가이드 교토ㆍ오사카+돗토리 2019'에 등재된 건 돗토리시 게타카(氣高)초 하마무라(浜村)에 있는 중고차판매점 '홋토 에아(ホットエア?·Hot Air)' 라면집.

‘홋토 에아’는 원래 라면가게 이름이 아니라 중고차가게 이름으로, 사무실안에 라면가게가 처음 생긴 건 2012년무렵부터다. 말하자면 중고차판매 사무실 겸 라면가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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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집 '호토 에아' 개점 시간에 맞춰 늘어선 행렬[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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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토 에아'사장인 요시다 가쓰미(吉田克己·53)는 돗토리시내의 자동차 판매 회사에 근무하던 샐러리맨이었다. 2002년 독립해 자신의 중고차매장을 이곳에 개업했다. 그의 취미는 라면 만들기.

자녀들에게 좋은 라면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독창적인 라면 조리법에 몰두해있었다. 매일같이 독학으로 라면과 씨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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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집 '홋토 에아' 의 요시다 가쓰미 사장[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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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국물 만들기에 자신이 붙으면서 동네 축제때 라면 판매대를 차렸다. 주변에서 "맛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자신의 중고차 판매점 사무실 한 곳에 주방을 꾸렸다. 또 중고차 판매 상담을 위한 공간 일부를 개조해 테이블을 들여놓았다.

2012년부터 손님들에게 특제 라면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지금과 같은 가게의 형태가 만들어진 건 2015년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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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집 '홋토 에아'의 내부 모습[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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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지만, 요시다는 라면 맛 개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조건 맛있게 만들 수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부인의 말 처럼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시행착오끝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프 개발에 접근했다. 닭뼈를 우려낸 분말에 마른 멸치 등을 조합해 국물을 냈다. 그는 '어느 한 재료만 많이 들어가지 않는 조화있는 국물 맛'을 추구했다.

소금이나 배즙 등의 재료는 투입량에 0.1g의 오차도 생기지 않도록 정확하게 계량기로 측정해 사용했다. 디지털 기기로 온도도 정확하게 맞췄다.

요시다 사장은 TV아사히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지금 내가 가진 기술로는 라면에 (똑같은 양의)재료를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 귀찮고 힘들긴 해도 정확하게 측정해 정확한 양의 재료를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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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집 '홋토 에아'가 등재된 '미쉐린 가이드 교토 ㆍ오사카+돗토리 2019'.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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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노력엔 호평이 따라왔다. "맛이 칙칙하지 않고 잘 넘어간다","맛이 산뜻한 듯 하면서도 깊이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열성팬들도 생겨났다.

한적한 시골의 ‘동네 맛집’에서 전국구 맛집으로 명성을 날리게 된 계기는 지난 2월 중순에 찾아왔다.

시골 동네 식당엔 잘 어울리지 않는 양복 차림의 남성이 찾아와 라면을 주문했다. 식사를 마친 뒤 그가 내민 명함엔 '미쉐린'이란 글자가 써 있었다. 그는 영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1시간이 넘도록 라면 조리법 등을 꼬치꼬치 묻고 돌아갔다.

지난 9월 미쉐린으로부터 배달된 행사 초대장을 지참해 축하 파티장에 도착한 뒤에야 요시다 사장은 자신의 가게가 미쉐린에 등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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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집 '홋토 에아'가 등재된 '미쉐린 가이드 교토 ㆍ오사카+돗토리 2019'속 관련 내용. 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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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토 에아’는 미쉐린가이드의 '빕 그루망(Bib Gourmand)등급'에 선정됐다. 별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의 등급이다.

미쉐린은 "시오(소금)라면과 쇼유(간장)라면이 간판 메뉴이며, 닭뼈에 다시마,집에서 만든 멸치가루 등을 넣은 조화로운 스프가 자랑이다. 조미료와 기름이 첨가되지 않은 자연스럽고 담백한 맛"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교토ㆍ오사카+돗토리 2019'편에 등록된 라면집은 모두 9곳. 전체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지 교토와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를 합쳐 8곳,그리고 돗토리에선 ‘홋토 에아’한 곳만이 등재됐다.

간판 메뉴인 ‘궁극의 시오라면’,‘궁극의 쇼유라면’ 의 가격은 800엔(약 8000원)으로, 요시다 사장은 하루에 60그릇만 한정해 판매한다.

미쉐린 등재가 알려진 뒤엔 영업이 시작되는 오전 11시15분가 되기 전 부터 손님들이 문 앞에 늘어서고, 문을 닫는 오후 2시30분이 되기전에 준비한 60그릇이 완판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말려도 들으려하지 않는다. 라면에 빠지면 도무지 얘기가 되지 않는다"는 부인의 말처럼 라면에 쏟는 요시다 사장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고 한다.

이번엔 ‘빕 그루망’등급이지만 다음엔 일본내 라면가게로는 두 곳 밖에 획득하지 못했다는 ‘미쉐린 스타(별)’에도 도전해 보고, 장래엔 도쿄에서 라면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고 요시다 사장은 말한다.

일본 언론들은 "치열한 일본식 장인정신이 쾌거를 낳았다"고 흥분하고 있다.

요시다 사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쉐린 등재는 매우 기쁜일이며, 해외 미디어에까지 소개가 된다니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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