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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돌아온 ‘코트의 요정’ 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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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61점 기록, 2013년 신인왕

3년 전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 받아

프로 6년차, 올 시즌 평균 10점 활약

“외모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겠다”

중앙일보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 가드 신지현은 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십자인대 파열로 2년을 통째로 쉰 신지현은 올 시즌 평균 득점 10점을 기록하는 등 부활 조짐이 역력하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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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의 어깨에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가 달렸다.”

여자프로농구(WKBL) 김일구 홍보마케팅 팀장의 말이다. 여자농구는 1960년대 박신자(77), 1980년대 박찬숙(59), 2000년대 정은순(47)·전주원(46)이 활약할 때까지만 해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여자프로농구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이에 비해 여자배구는 아기자기한 플레이에다 걸출한 ‘스타’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이 맹활약하면서 전성기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자농구의 인기가 시들한 것은 무엇보다도 스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참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스타가 나타났다. 청주 KB의 대형 센터 박지수(20·1m 95㎝)와 ‘돌아온 코트의 요정’ 신지현(23·부천 KEB하나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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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KEB하나 신지현 선수가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농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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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은 객관적 전력으로만 보면 약체에 가깝다. 올 시즌 1승 4패로 6개 팀 중 공동 5위다. 그 와중에 부상에서 돌아온 신지현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신지현은 지난 5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10점을 올렸다. 그가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건 2015년 2월 우리은행전(11점) 이후 무려 3년 9개월 만이다. 지난 9일에는 통합우승 7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우리은행 전에서 팀 내 최다인 17점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신한은행전에서도 9점을 올리면서 첫 승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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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은 고교 시절 한경기에서 61점을 몰아쳤다. 부상으로 2년을 통째로 쉬었지만 올 시즌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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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의 별명은 ‘61점 소녀’다. 서울 선일여고 2학년이던 2013년 1월 중고연맹전에서 한 게임에 61점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2013년 11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선 1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그해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상을 받았고, 2015년 올스타전에선 팬 투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2015~16시즌, 2016~17시즌을 통째로 건너뛰었다. 힘겹게 지난 시즌 코트에 복귀했지만, 전성기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절치부심한 신지현은 올 시즌 평균 23분을 뛰면서 평균 득점 10점, 3.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국내 선수 득점 부문에서 박지수와 함께 공동 8위다. 지난 시즌(평균 2.9점, 1.5어시스트)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좋아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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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KEB은행 신지현이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 농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열린 레이업슛을 선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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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하나은행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신지현은 “주위에서 첫인상이 시크해보인다고 하는데 정작 별명은 헐렁이”라며 “고등학교 때 어떻게 61점을 넣었나 싶다. 지금은 10점을 넣기도 힘들다”고 엄살을 피웠다.

지난해보다 기록이 좋아진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신지현은 “큰 부상을 당한 뒤 자신감이 떨어졌었다. 패스할까, 내가 해결할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스스로 의심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고등학교 때처럼 적극적으로 경기했다. 조금씩 밸런스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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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경기에서 신지현(오른쪽)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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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은 2015년 9월 1일 연습경기 도중 왼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지금도 무릎에 2㎝가량 수술 자국이 남아있다. 신지현은 “턴을 하다 무릎이 뒤틀리는 바람에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그해 12월엔 아킬레스건 부근 뼈를 깎아내는 수술도 받았다”며 “2015년은 참 힘든 해였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코트에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재활훈련을 버텨냈다. 팬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신지현은 귀여운 외모 덕분에 오빠·삼촌 팬이 많다.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6700명이 넘는다.

가드를 맡고 있는 신지현은 ‘명 가드’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의 선일여고 후배다. 선일여고는 전주원·이경은·김연주 등 훌륭한 가드를 많이 배출한 농구 명문이다. 신지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는데 아빠가 신문에서 전주원 코치님의 기사를 보더니 (그가 졸업한) 선일초등학교로 전학을 보냈다”며 “전 코치님 선수 시절 영상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전 코치님은 정말 레전드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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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은 2015년 올스타전에서 공주풍 드레스에 구두를 신고 거위의 꿈을 불렀다. 신지현은 평소엔 바지에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다. 신지현은 올해 올스타전에 뽑힐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농구 인기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죠라며 웃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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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은 실력보다 외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많다. 김화순·전주원·김연주에 이어 한국 여자농구 미녀 스타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외모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우리 팀이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올 시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모든 경기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신지현은 인터뷰 말미에 여자농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여자농구는 쉼 없이 달리고, 몸싸움도 마다치 않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다. 여자배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여자농구의 인기를 위해서라면 궂은일도 마다치 않겠다”고 강조했다.

신지현은
출생: 1995년 9월 12일, 서울

포지션: 가드

: 1m74㎝

출신교: 선일여고

소속팀: KEB하나은행(2013~, 프로 6년 차)

올 시즌 기록: 평균 득점 10점, 3.2어시스트



용인=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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