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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새로운 트렌드 STO]② 증권형 토큰 발행, 현행법 적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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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자본시장법 규제 적용하려면 ‘증권’으로 분류돼야

증권 분류돼도 합법적 STO 위해선 금융위 신고 절차 필요

미 SEC "기존 증권과 같은 규제 적용"···국내서도 “메뉴얼 필요” 목소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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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형토큰공개(STO·Security Token Offering)에 대해 기존 증권 발행과 같은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STO 관련 법적 쟁점이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암호화폐공개(ICO)와 달리 STO는 현행 자본시장법으로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현행법 상 금융위원회에 대한 신고 절차 등이 얽혀 있어, 규제를 100% 준수하는 STO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형 토큰이란 기업 자산을 토큰과 연동, 주식처럼 토큰 보유자가 배당과 이자, 의결권, 지분 등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을 말한다. 이름대로 증권의 성격을 인정받을 경우,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된다. 외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를 유치할 경우 자본시장법 제 2조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된다.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할 가능성= 특정 STO 행위에 국내 법이 적용되는지 확인하려면 발행한 증권형 토큰이 자본시장법 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제 3조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을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증권은 이 금융투자상품의 종류 중 하나이며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등으로 구분된다.

다수의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할 때 발행된다. 이 같은 토큰은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투자자가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진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증권형 토큰이라고 해서 다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법이 투자계약증권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로 발행되는 증권형 토큰은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권형 토큰이 채무증권이나 지분증권, 수익증권에 해당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채무증권은 통상 법인이 채권으로서 발행해야 하고, 수익증권은 신탁업자나 집합투자업자가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분증권에 해당하려면 주권이나 신주인수권이 표시돼야 하는데 형태가 없는 암호화폐는 주권이 표시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제출 필요···‘전례 없다’=하지만 이 같은 검토 과정을 거쳐 증권형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되더라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STO를 진행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증권을 발행하려면 자본시장법 제 119조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모집금액이 10억원 이상, 모집대상이 50인 이상일 경우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증권신고의 효력이 발생하면 투자설명서를 제출하는 게 그 의무다. 증권신고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선 금융위에서 신고서가 수리돼야 하는데, 이 절차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신고서가 수리된 전례도 없고, 암호화폐에 대한 금융위의 태도도 여전히 보수적인 탓이다. 금융위는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가 출시한 펀드형 토큰을 자본시장법상 ‘미인가 영업행위’로 판단하기도 했다.

권오훈 오킴스 법률사무소 블록체인센터장은 “현재 여러 거래소에서 발행되고 있는 배당코인의 경우 자본시장법 상 규제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며 “합법으로 인정받으려면 금융위에 신고해야겠지만, 신고서가 수리된 사례가 없어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모집대상이 50인 이하인 사모 증권형 토큰 발행의 경우 신고 없이도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재무사항만 공시하면 된다. 이에 대해 권 센터장은 “사모형에는 신고 의무가 없지만 공개적으로 투자금을 모집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진짜 STO’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도 투자자보호 위해 제도적 불확실성 제거해야”=한편 해외에서는 STO를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SEC은 지난 16일 증권형 토큰 발행 시 기존 증권 발행과 같은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를 지키고 제 3자를 통해 재무제표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SEC은 앞서 ICO를 진행한 프로젝트인 파라곤과 에어폭스의 토큰을 증권형으로 간주, 민사상 책임에 의한 벌금과 각종 의무를 부과했다. 투자 계약을 통해 발행됐고, 프로젝트의 성공 상황에 따라 투자자들이 수익을 배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그 이유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증권형 토큰에 대한 정의를 내놨다. 토큰이 지분, 주식, 회사채,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권리를 포함할 경우 이를 싱가포르 증권법 상 자본시장상품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토큰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들은 면허 등 자본시장상품에 따르는 규제를 지켜야 한다.

이에 국내에서도 STO에 현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적용한다면 어느 정도의 법적 해석이 허용되는지에 관해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재광 BGCC 의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생태계를 위한 ICO 가이드라인 포럼’에서 “리버스 ICO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형 토큰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STO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도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규제를 준수한 증권형 토큰들은 투자자 보호 등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제도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영·원재연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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