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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외국계·대기업까지 부당대우 횡행…한국은 '직장갑질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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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갑질 측정지표·대한민국 직장인 갑질지수 공개

"갑질 뿌리 뽑으려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돼야"

연합뉴스

'대한민국 직장갑질 지수는 35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2018년 대한민국 직장갑질 지수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왼쪽 두번째)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 측정지표 68개 항목을 정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0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8.11.19 utzza@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한 외국계 대기업은 매년 12월쯤 되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합니다. 전국에 있는 직원들이 본사가 정한 호텔에 모이는데, 특히 여성 직원들에게 섹시한 옷을 입도록 하고 장기자랑을 시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갑질은 임금 수준이나 기업 규모를 떠나 곳곳에서 직장인들의 원성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 알려진 외국계 기업들에서도 자국에서는 없는 부당한 업무 관행이 자리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갑질 측정지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직장인들의 체감 갑질 지수를 공개했다.

총 10개 영역 68개 지표로 나눠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직장 내 갑질지수는 100점 만점에 35.0점이었다.

68개 지표는 모두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에 어긋나거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위반하는 내용인 만큼 0점이 정상이어야 하고, 직장 내 갑질이 35점이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직장갑질 119는 설명했다.

지표별로 점수를 보면 한 자리 점수가 나온 지표는 하나도 없었다.

가장 낮은 지수를 보인 지표는 '임금을 상품권이나 현물로 지급한다'로, 20.1점을 기록했다. 이는 직장 10곳 중 2곳꼴로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를 위반한 것이다.

임금 수준으로 나눠보면 200만 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35.1점)가 그 이상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34.5점)보다 더 심각한 직장갑질 상황에 놓여있었다.

또한, '초대졸'로 불리는 2∼3년제 전문대 졸업 이하의 학력자들이 36.1점으로, 대졸 이상 학력자(35.5점)들보다 더 많은 갑질을 견뎌야 했다.

사업장을 규모별로는 민간 대기업(종사자 300인 이상)과 공공부문이 각각 37.5점, 35.6점으로, 민간 중소 영세기업(28.4점)보다 높았다.

연합뉴스

[직장갑질 119 제공=연합뉴스]



취업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외국계 대기업은 전체 68개 갑질 지표 중 12개가 50점을 넘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대기업의 갑질 실태를 지표별로 나눠보면 '취업 정보 사이트 채용 정보가 실제와 다르다'(59.6점), '부하 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55.8점), '회사가 폭언·폭행·성희롱 가해자로부터 직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신입이나 직급이 낮은 직원에게 회사 행사 때 원치 않는 장기자랑 등을 시킨다', '출산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한다'(이상 53.8점)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을 포함한 12개 지표는 모두 국내 대기업의 점수보다 훨씬 높았다.

이번 조사·연구의 책임 감수를 맡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규범)를 추구하는 외국계 대기업이 국내 대기업과 공공부문보다 갑질 지수가 높았다"며 "자국에서는 노동인권을 보호하면서도 한국에 와서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소장은 "이번 조사에 참여한 외국계 대기업 종사자가 13명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지만, 50점을 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외국계 대기업의 실태를 보려면 따로 추적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 119는 이처럼 곳곳에 만연한 갑질의 뿌리를 걷어내려면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아직 법사위에 계류 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통과돼야만 이런 갑질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일부 의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불명확해 해당 법이 시행되면 사업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의결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이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괴롭힘을 당하는 노동자들도 도움을 받고, 회사 입장에서도 인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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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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