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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신남방-신북방에 '문재인 고가도로'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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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아세안·APEC 순방 결산…'북한변수'에 갇히지 않고 안보·경제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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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신북방 고가도로 외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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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13~18일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 순방에선 역발상을 통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공동체) 회원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시도가 돋보였다. 특히 북한을 지나지 않고는 러시아 등과 원거리 경제관계에 한계가 있다는 상식을 넘었다. 마치 고가도로를 놓듯 북한을 건너뛰었다.

문 대통령은 꼭 1년전인 지난해 11월 아세안(필리핀)-APEC(베트남) 순방에서 신남방정책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신북방정책을 천명했다. 19일 청와대에 따르면 신남방 신북방정책은 평화(안보)만이 아니라 번영(경제)에도 걸친 목표다.

이 구상은 지난 1년간 성과도 냈지만 실현 방법은 늘 의문이었다. 북한 변수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고 경제 제재도 강하게 받고 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 해소나 남북 경제협력부터 하고 먼 이웃들과 협력을 추진한다는 상식적 접근은 늘 한계에 부딪쳤다. 문 대통령은 발상을 뒤집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아세안 10개 회원국 각각에 공을 들였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는 2022년까지 1억달러 규모의 ‘신남방지원펀드’ 추가조성, 공적원조 확대 등을 약속했다. 1년간 지반을 단단히 다지고, 이번 순방에선 교각을 튼튼히 세우면서 아세안에 '신뢰받는 동반자'라는 고가도로를 놓은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에게 새 경제기회를 창출할 것이 기대된다. 문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정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각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돕는 정책도 강화한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 한국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열겠다며 아세안 정상들을 초청했다. 정상들은 적극 호응했다.

문재인 고가도로는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윈윈이다. 이 도로를 달려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면 향후 역내 질서 구축에 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분이 생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그 방법을 아는 듯했다. 그는 내년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자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는 앞서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을 지원했다.

역대 정부의 북방외교가 쉽게 풀리지 않은 것도 북한문제를 선결 과제로 봤기 때문이다. 북한은 뚫리면 통로지만 지금처럼 막힌 상태에선 단단한 장벽일 뿐이다. 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뛰어넘어 우선 손을 잡기로 했다. 9개 분야 협력인 '나인 브리지'가 그것이다. 한러 정상은 14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협력 분야에 첨단산업, 의료복지, 극동개발을 추가했다. 문재인 고가도로의 9차선 도로 옆에 3개 차선을 덧붙인 격이다.

고가도로 외교는 가까운 곳의 급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신남방-신북방정책으로 성과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발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촉진하는 전략이다. 강력한 한미동맹 또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튼튼한 고가도로다. 아세안 10개국, 인도, 러시아 등이 한국과 협력에 성공한다면 북한이 더욱 적극적으로 비핵화에 나서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신남방 대상지는 아세안 10개국과 인도다. 이들 모두 북한과 수교국이다.

청와대는 이를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시키는 선순환도 기대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멀리 있지만 한·러 경협을 먼저 풀고 나면, 제재 해제가 필요한 남북 경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순방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직접 언급할 예정이다.

'다리'(브리지)를 잘 놓는 솜씨는 한국의 특징인 걸까.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14일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들이 (브루나이) 인프라 분야에서 많은 활동중"이라며 "특히 교량 건설 부문에서 활발히 활동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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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모르즈비(파푸아뉴기니)=뉴시스】박진희 기자 = 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파푸아뉴기니 포트 모르즈비 잭슨 국제공항에서 귀국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2018.11.18.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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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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